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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학규 탈당', 범여권은 그리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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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학규 탈당', 범여권은 그리도 좋은가

입력
2007.03.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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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소위 범 여권 진영이 예상대로 대단한 반색을 하고 있다. "어려운 결단을 존중한다" "좌절하지 않고 역사적 책임을 다해 나가길 바란다" "향후 행보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는 등 환영과 칭송, 기대 일색이다.

후보 부재 상태, 국민에게 외면 당하던 처지에서 손 전 지사를 원군 쯤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마도 반(反) 한나라당 전선이 확대될 계기로 여기는 모양이다.

명확한 진로를 밝히지 않았지만 손 전 지사 역시 이들 범 여권의 영역 속에 놓이는 입장을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판을 흔들어 승부의 확률을 높이려던 계산이 범 여권의 셈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눈을 어지럽히고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어 자력으로 불가능한 입지 전도의 시도가 이들 셈법의 공통점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도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추구하는 바의 동기를 순수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의 통합 운운하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집권의 실패를 우회하고 위장하는 방패막이로 필요한 것이 신당이요, 통합이다. 대통령이 떠나고 의원들이 탈당하는 요란을 떨었지만 결국은 부도덕한 국민 기만책과 다르지 않다.

탈당과 함께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과 적의 관계로 돌아섰다. 범 여권 세력과 동일한 지대로 들어선 손 전 지사가 이들 세력과 어떤 관계의 행로를 그려 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가 표방한다는 중도개혁 노선이 실패한 진보의 위장에 나선 범 여권과 어떤 길을 돌아 협력과 접합을 이룰지 여부도 지켜 볼 일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벌써부터 "반 한나라당 세력이 단일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손 전 지사나 범 여권은 경로는 다르지만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길을 이미 내디뎠다. 그래서 생긴 전선은 '반 한나라'라는 단일 대오다. 그리고 대선 구도는 더 한층 불확실해졌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제시해야 할 정체성과 원칙은 뒷전이 되고, 국민의 머리는 매우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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