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며 “보따리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주주의에는 규칙이 있다. 탈당을 하든, 입당을 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일 고건 전 총리에 대해“총리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언급한 이래 주요 대선주자들을 공개 비판해 왔다. 이날 발언이 손 전 지사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 대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게임의 규칙을 지킨다는 원칙에 충실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정치가 성립되는 것”이라며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너도 나도 진보를 얘기하고, 개혁을 얘기하고, 새로운 정치를 얘기하지만 원칙을 지킬 줄 모르면 그 정치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우리 정치는 그동안 그렇게 해 왔지만 이제는 하지 않아야 하고,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정치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과거로 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는 가치를 지향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책 노선과 이념 등이 매우 중요하고, 현실에서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이 같은 가치와 이념이 구현되는 것”이라며 “가치를 함께 하면 정당을 함께하는 것이고 가치가 다르면 정당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노 대통령도 자신을 대통령이 되게 해 준 민주당을 탈당해 새 당을 만든 분”이라며 “내가 말하는 무능한 진보가 바로 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극복 대상”이라며 “대통령은 정치평론을 그만하고 민생 걱정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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