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72) 회장(효성그룹 회장)이 이끄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출범 첫날부터 각계의 개혁 요구로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사무국의 인적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데 이어, 전경련의 대주주인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SK 4대그룹에서도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그러나 새로운 회장 탄생을 축하하는 덕담보다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많아, 조 회장 체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전경련 개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요구는 회장단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대림산업 이 회장은 이날 총회 직후 별도의 성명을 발표, 조건호 상근부회장과 하동만 전무 등을 포함한 전경련 사무국 임원진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인적 쇄신의 가장 큰 이유로는 조 부회장 등이 강신호 전 회장의 3연임을 무리하게 밀어 붙인데다, 재계의 화합보다는 불화를 부채질한 점을 들었다.
전경련 주변에서는 재계 단합 차원에서 조 회장이 이 회장의 주장을 수용해 전임 강신호 회장 체제의 핵심인 사무국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도 "이 회장이 정확히 어떤 말씀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4대그룹 관계자 "한국 경제가 '소규모 폐쇄경제'였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요 기업이 정부에 원하는 정책이 유사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현안에 대한 의견 통일에 매달리지 말고, 친기업 정서 확산과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 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경련의 활동 중심을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총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도약하려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한일 FTA가 체결되고,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전체를 묶는 FTA가 필요하다"며 "한일 FTA를 위해 일본의 게이단롄(經團連)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적했듯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질러가는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민과 똘똘 뭉쳐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조 회장은 "당장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의 예를 봐가면서 이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치러지는 대선과 관련, "국민이 다른 사람을 뽑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한국이 잘 살고 선진화하려면 자유시장경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후보에 대해 뭐하고 할 수는 없지만 재계에 호의적인 후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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