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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日… '반도체 왕국' 영화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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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日… '반도체 왕국' 영화 되찾을까

입력
2007.03.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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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을 자부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묘한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이 경영부진 등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장치산업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산요전기는 15일 자회사인 산요반도체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영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산요전기는 본업 재건에 집중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가 들어가는 반도체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소니도 지난달 반도체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2007년도부터 3년간의 반도체설비투자를 2006년까지의 3년간 투자(4,600억 엔)보다 30% 이상 축소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 6위의 반도체 매출을 기록했던 도시바도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신공장의 건설을 연기하는 등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반도체를 만드는 장치산업은 대호황이다. 세계 2위의 반도체장치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최근 200억~300억 엔을 투입, 센다이시 교외에 신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70%가 한국 대만 등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부진과는 상관없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니콘과 히타치국제전기, 도쿄정밀 등 그 밖의 반도체장치업체들도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이다.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장치업체들은 각각 40%대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반도체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등을 앞세운 한국과 미국의 맹추격을 견디지 못해 몇 년 전부터 급격한 추락세를 보였다.

사실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가전회사의 일개 사업부로 출발했기 때문에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매출과 투자액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과 생산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업계는 2000년부터 대응책을 모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일본 정부가 주도한 '히노마루(日の丸ㆍ일장기) 반도체' 계획은 반도체를 제작하는 공동공장의 건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각 사의 이해가 엇갈려 중단됐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가 여기서 그대로 주저앉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산요의 철수와 소니의 투자감축 등의 움직임을 계기로 더욱 위기의식을 갖게 된 일본 반도체업계는 대대적인 업계 재편을 추진할 수도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주도해 온 히노마루 반도체 계획이 아직 완전히 폐기된 것도 아니다. 실제로 도시바와 르네사스테크놀러지, NEC일렉트로닉스, 후지쓰 등 일본의 4개 반도체업체는 지난달 최첨단 반도체의 규격 통일에 대해 대체적으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일본 반도체 업체의 규모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히노마루 반도체의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메이커들의 경영 부진은 일본경제 전체의 걱정이다. 이 때문에 주요 경제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관인 '산업경쟁력 간담회'는 이미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다음달 중에 '일본의 반도체 성장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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