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하나은행이 전업 주부를 대상으로 '영업점 텔러'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2만3,000명의 '아줌마'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40대, 심지어 50대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자의(육아)나 타의(구조조정)로 직장을 잃었던 이들이었다.
하나은행은 20일 영업점 창구직(텔러) 사원으로 주부 359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무려 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은 이들이다.
30대 합격자가 70%가 넘는 261명이지만, 40대 주부도 58명에 달했고 50대 주부 1명(57세)도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합격자 중 20대는 11%(39명)에 불과했다. 입출금과 공과금 수납 등의 업무를 맡게 될 이들의 연봉은 2,1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측은 "외환 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금융회사를 떠나야 했거나, 육아 문제 등으로 직장을 그만뒀던 전업 주부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며 "막상 모집을 해보니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하나은행의 시도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업 주부들이 창구에서 업무를 보게 되면 고객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