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둔 20일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위기에 처한 세계 10대 강’을 발표했다. 위기의 강에는 아시아에서 9억명의 젖줄인 양쯔 살윈 인더스 갠지스 메콩 등 5개강이 포함됐다.
유럽의 다뉴브강과 북미 리오그랜드강, 남미 라플라타강, 북아프리카 나일강, 호주 머레이_달링강 역시 위기의 강으로 진단 받았다.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 두 곳이 포함된 위기의 10대 강은 종교와 탐험가들의 영감을 불어넣은 곳들이다. 지금도 전세계 인구 41%가 이 강들을 끼고 살고 있다.
그러나 WWF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강은 기후변화와 개발 탓에 물이 마르고 오염 몸살을 앓으면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이미 1만종에 달하는 민물에 사는 동물과 식물의 20%가 멸종됐다. 세계의 대형 하천 177개 가운데 21개 만이 인류 손길을 피해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자유로이 흘러갈 뿐이다.
양쯔강은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가 위기의 원인이다.
중국 산업용수와 폐수의 절반 이상을 양쯔강이 소화해 낸다. 과거 펜이 바닥까지 가라앉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깨끗했던 강물이지만 지금은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 이 강의 허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 싼샤(三峽)댐 바닥에는 생활 쓰레기부터 방사성 물질이 뒤섞인 산업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흐르는 리오그랜드강과 인도의 갠지스강은 과다한 농업, 산업, 생활용수의 사용으로 물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이로 인해 리오그랜드강에는 바닷물이 역류해 민물어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갠지스와 인더스강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감소하면서 수위가 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천년간 식수원으로 사용된 나일강도 개발과 지구온난화 탓에 2025년이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유럽 7개국을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다뉴브강은 습지의 80%가 사라졌다. 한때는 유럽 어종의 50% 이상을 보유했던 이 강은 댐 건설과 수로 직선화 등으로 강 유역이 7%만이 남아 있다. 호주의 머레이강과 달릴강은 200년간 외래어종 침입으로 토종어종의 90%가 줄어들었다.
아시아 6개국을 지나는 메콩강은 어류남획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아직 개발의 손을 타지 않은 살윈강은 16개의 대형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WWF는 보고서에서 “지난 50년간 어떤 역사의 시기보다 많은 강의 생태계가 변했지만, 향후 수 십년 내 이보다 더한 변화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는 지금 기후변화에 맘먹는 담수고갈 등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과 습지 보호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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