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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이길여 경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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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이길여 경원대 총장

입력
2007.03.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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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교육계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잘 나가던 경원전문대가 같은 재단 학교인 경원대와 전격 통합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원전문대는 아쉬울 게 전혀 없는 학교였다. 수도권(경기 성남)에 위치해 입지 여건이 매우 좋은 데다 특성화한 학과가 많아 신입생 경쟁률이 매년 5대 1을 넘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겸 경원대 총장은 이런 호조건을 버리고 통ㆍ폐합을 택했다.

“굳이 합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주위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밀고 나갔다. “문제가 없을 때 합쳐야 대학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3개월 뒤 이 총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 수도권 상당수 대학과 전문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서 고전했지만 경원대는 예외했다.

경쟁률이 껑충 뛴 것은 물론이고 합격생 수능 평균점수도 10점 이상 올랐다. 이 총장은 “통ㆍ폐합으로 연간 1,200억원이 넘는 돈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며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_통ㆍ폐합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요.

“우선 규모가 커졌어요.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신입생 수가 3,500명에 가까운 대형 대학으로 탈바꿈하게 됐지요. 우수한 교수들도 좀 더 많이 뽑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22명의 교수를 채용했습니다. 대부분 외국 명문대 박사 출신이고 국내 유수의 국립대에서 온 교수도 있습니다. 2009년까지 90여명의 교수를 초빙할 생각입니다. 쪼개져 있던 학교가 합치니 구성원들이 화합하는 계기도 마련됐습니다. ‘진작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_통ㆍ폐합 첫해 신입생 선발 결과가 궁금합니다.

“걱정이 된 게 사실입니다. 최상위권 전문대를 갑자기 4년제 대학과 합친 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마음을 졸였어요. 주위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어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대성공이었어요. 이공계열은 예년에 비해 수험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가 평균 12점이나 올랐어요. 인문계열도 평균 3점 상승했고요. 지리적 조건이 좋은 탓도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특성화하면 시너지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_수도권 다른 대학들이 부러워하는 전문대를 포기하면서까지 통합을 강행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지금과 같은 백화점식 학과 구성으로는 국내 대학은 물론이고 국제 경쟁에서도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일본과 중국을 보세요. 좋은 대학들이 널려있지만 합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경원전문대만 하더라도 등록금 수입만 1년에 1,200억원이 넘습니다. 이걸 주저없이 포기했지요. 2,880명이나 줄였습니다. 대학 통폐합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_통폐합 후 정부가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부분은 있습니까.

“아무런 지원도 없어요. 이걸 보고 앞으로 누가 통합하려고 하겠어요. 우리나라 대학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립대 설립자들은 모든 재산을 학교에 바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 전입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국립대만큼 사립대도 지원해야 합니다. 통폐합을 촉구하면서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닙니까. 학교가 수익사업을 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_교수 채용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우수한 교수들이 포진해야 학교가 발전합니다. 탐나는 교수가 있으면 지구 끝이라도 달려가 데려올 생각입니다. 같은 재단인 가천의과대 교수 중 몇 명은 이런 식으로 뽑았어요. 석학으로 알려진 한 교수 이야기를 듣고 미국 현지에 연락했지요. 그랬더니 시카고에서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시카고로 달려가 점심시간에 면접만 하고 바로 돌아왔어요. 비행기에서 잠을 잤으니 ‘무박2일’인 셈이지요. 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학교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올 상반기 안으로 또 미국에 갑니다. 우수 교수를 직접 뽑으려고요.”

_대학들이 재정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경영개선 해결책이 있을까요.

“국립대를 제외하곤 사립대는 다 어렵습니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학생수 부족으로 경영이 더욱 좋지 않아요. 이 때문에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주도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은 사립대 재단 투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입니다. 사학 설립자는 대학 설립 때 모든 돈을 쏟아 붓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학교와 재단이 수익투자를 못하게 법으로 이리저리 막아 놓고 재단은 계속해서 투자만하라고 합니다. 국립대는 계속 지원해 주면서 사립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은 불공평합니다. 이 나라가 이렇게 좋아진 것도 사립대의 자기희생이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대학에 대한 기부도 잘 되어있지 않아 몇몇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애로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길여 총장의 프로필

▲1951년 서울대 의대 졸업

▲65년 미국 퀸스호스피틀센터 레지던트 수료

▲75년 니혼(日本)대학교 의학박사

▲78년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설립

▲95년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

▲97년 가천의대 설립. 이사장 부임

▲98년 12월 학교법인 경원학원 이사장

▲2000년 경원대 총장

▲2002년 가천길재단 회장

대담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 의사 출신 이길여 총장과 대학

의사 출신인 이길여 총장은 대학에 관심이 많다. 인천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면서 번 돈으로 1997년 가천길대를 세웠던 그는 1년도 안돼 또 일을 저질렀다. 모든 분야에서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시절, 경기 성남에 있는 경원대와 경원전문대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 대금만 200억원이 넘었다. 당시로서는 재벌 기업도 투자하기 힘든 거액이었다. 그는 인수 이유에 대해 “너무 키워보고 싶은 대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명문대로 육성할 자신이 생겨 어느 누구와도 상의없이 혼자 내린 결정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 총장이 대학교육에 의욕을 보이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측근들은 그의 ‘인재 욕심’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조그마한 산부인과 개원의에서 출발해 종합병원으로 규모를 키우고, 가천길대를 설립하면서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인재야말로 조직과 사회를 이끄는 막강한 힘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은 전문지식교육 못지않게 인성 교육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는 ‘전문성+ 인성’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올해 신학기 ‘지성학 강의’를 개설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 강의에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한승헌 전 감사원장, 오명 건국대 총장 등 유명 인사 12명이 나서 매주 번갈아가면서 2시간씩 ‘글로벌 시대의 한국, 한국인’을 주제로 강의한다. 이 강좌는 이 총장이 3개월 동안 직접 강사 섭외를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 총장의 꿈은 통합 경원대를 10년 내 국내 10대 사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최근 ‘G2+ N3’라는 학교발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2017년까지 2개 학과를 세계 최고수준(Global Top), 3개 학과를 국내 최고수준(National Top)으로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그는 2010년까지 교수 100명을 새로 뽑고 I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BT(생명공학기술), NT(초정밀공학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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