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라 ‘1000년 寶庫’ 잠 깨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라 ‘1000년 寶庫’ 잠 깨운다

입력
2007.03.20 23:36
0 0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 고분 지대인 경주 쪽샘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 발굴이 20일 시작됐다. 이 작업을 맡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쪽샘지구 황오동 현장에서 고유제를 지냄으로써 대장정의 출발을 알렸다.

경주의 구도심, 대릉원 옆에 자리잡은 쪽샘지구는 황남동ㆍ황오동ㆍ인왕동 일대 16만 5,000평에 이르는 지역. 이 가운데 3%인 약 5,500평을 올해 안에 시굴 조사한다. 일단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기초 작업이다. 땅을 파고 유물을 찾는 정식 발굴은 내년부터 한다.

쪽샘지구는 워낙 넓기 때문에 20개 구역으로 나눠서 발굴한다. 한 해에 하나씩 한다 해도 다 마치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획은 2010년까지 1단계 발굴을 하고, 2011년부터 20년간 계속한다는 것이다.

국내 고고학 발굴 사상 최장 기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5년 간 들어갈 예산 75억원은 국고지원과 경주시 돈으로 댄다. 경주시는 쪽샘지구를 고분 공원으로 조성해 경주의 대표적 관광 코스로 만들 계획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무엇이 나올 것이냐 이다. 쪽샘지구는 건축물을 지을 때 땅을 조금만 파도 유물이 쏟아져 나와 감당을 못하던 곳. 그럴 때마다 유물을 수습하는 정도에 그쳤지, 본격적인 학술 발굴 조사는 하지 못했다.

주택과 상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발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2002년부터 꾸준히 이 지역의 사유지를 사들여 민가를 철거함으로써 발굴이 가능해졌다. 올해 시굴 지역 바깥에는 아직도 민가가 많이 남아 있다.

현재 쪽샘지구에서 눈에 보이는 무덤은 봉분이 남은 1기뿐이다. 사람들이 무덤 자리에 집을 짓고 살면서 봉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확인된 유적은 총 59개소, 거기서 목곽묘 26기, 적석목곽묘 196기, 기타 유적 117기가 파악됐다.

쪽샘지구에 인구가 밀집함에 따라 30년 이상 본격적인 발굴이 중단된 상태에서 알려진 것만 그렇다. 실제로는 상상을 불허할 만큼 많은 고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는 특히 이 지역에 적석목곽묘가 가장 많다는 데 주목한다. 적석목곽묘는 나무로 널판을 대어 틀을 짜고 그 주변을 단단한 강돌로 꽉 채운 다음 흙으로 봉분을 쌓는 방식이어서 도굴이 어렵다. 따라서 많은 유물을 온전히 품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주의 다른 지역에서 발굴된 서봉총, 금관총, 은령총, 호우총 등의 적석목곽분도 봉분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엄청난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학계는 쪽샘지구 발굴이 한국 고고학 사상 가장 화려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1973~75년 천마총, 황남대총 발굴에 버금가는 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 고분 전문가인 최병현 숭실대 사학과 교수는 “쪽샘지구에는 신라의 묘제가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묘로 바뀌는 시기인 3, 4세기 고분들이 많기 때문에 적석목곽묘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보여줄 중요한 자료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쪽샘지구 발굴은 무엇보다 그 동안 계속 파괴되어온 경주의 유적을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발굴하고 복원하는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