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입시전문 D학원 광고에는 명문대 출신 강사들이 넘쳐난다. ‘서울대 출신’인 학원장 이모(40)씨를 비롯해 강사 30여명 대부분이 명문대 졸업으로 돼 있다. 그러나 태반은 사실과 다르다.
D대 일문과를 중퇴한 이씨는 2002~04년 심부름센터에 850만원을 주고 가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증명서 8장을 발급 받아 이 대학 졸업생을 사칭했다. 학원을 옮길 때마다 졸업장을 관할 교육청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1999년부터 시내 학원에서 국어와 논술을 강의한 경력 덕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씨는 2006년초 대형인 D학원을 차려 최근까지 6억2,000만원을 벌었다. 학원 강사진 절반 이상도 가짜 학력이다.
명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학생과 학부모를 속이는 학원 강사들이 판치고 있다(본보 1월18일자 11면 보도). 이들은 교육청에 위조 증명서를 제출하고도 별다른 제지 없이 길게는 20년 넘게 강단에 섰다. 명문대 출신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악용했다.
연세대를 중퇴한 도곡동의 수학학원 김모(50) 원장은 2005년 11월 컴퓨터를 이용해 감쪽같이 수학과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교육청에 제출했다. 용산구 J학원 과학 강사 손모(35)씨도 S전문대 제적생에서 명문대 졸업생으로 변신했다.
입시학원에서 3개월간 과학 과목을 수강해 내용을 터득한 손씨는 연세대를 졸업한 처남의 졸업증명서를 위조, 매달 250만원을 받고 강의를 했다. 고졸인 대치동 J학원 생물 강사 서모(60)씨는 고려대 생물학과 졸업증명서를 이용해 20년 이상 시내 4개 학원에서 수험생을 가르쳤다.
의대 졸업생이 학과를 바꾸기도 했다. K대 의대 졸업생 이모(34)씨는 2002년 의학과 졸업증명서를 영문학과 증명서로 바꿔 노원구의 보습학원에서 5개월 동안 영어 강사 노릇을 했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퇴한 김모(76)씨는 고대 수학과 졸업생을 사칭하며 24년 동안 수학을 가르쳤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학원을 운영한 D학원 원장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학원강사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서울시교육청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했다고 등록한 학원 강사 4,023명을 해당 학교에 조회해 졸업증명서 위조 여부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내 등록 학원이 1만3,000개나 되지만 단속 공무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며 “학력위조 사례가 빈번한 것은 교육당국의 감독 소홀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3개 대학 이외의 학교 졸업생을 사칭한 경우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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