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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아프간 '남은 건 탄피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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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아프간 '남은 건 탄피와 눈물'

입력
2007.03.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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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꿈 속에서만 그녀를 찾아온다. 사라졌던 날 입고 있던 푸른 경찰복 차림으로 나타나 가슴을 찢어놓는 말, “난 살아있어”. 남편이 사라진 후 두 달 동안 쉴 새 없이 그를 찾아다니며 라시드 부인은 밤과 낮을 잃었다.

‘암살대에 피살됐을까, 아니면 어딘가 수감된 걸까? 폭탄테러? 그것도 아니라면 지하 비밀감옥에 납치돼 고문 당하고 있진 않을까?’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군 주둔지 그린존에 설립된 국립이라크지원센터(NIAC)를 찾아온 그녀는 한 손에는 남편의 경찰 신분증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구겨진 휴지를 들고 울먹였다.

#2. 정맥에 주사바늘이 꽂히는 것도 모르고 아빠 무릎에 조용히 앉아있는 18개월 된 아기.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어린 에이즈 감염자다. 4개월 전 에이즈로 아내를 잃고 아기마저 감염된 걸 알았을 때, 젊은 아빠는 울부짖었다.

치료약은 신을 향한 믿음뿐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우릴 죽일지도 몰라요. 나는 내 아들에게 키스조차 할 수 없다구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이라크에선 테러 납치 치안범죄 등으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실종자가 급증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은 에이즈의 급격한 확산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라진 가족의 행방을 찾아나선 이라크인이 급증, 지난달에만 약 3,000명의 이라크인들이 NIAC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50%, 지난해 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라크 팔루자 인근의 농장 노동자였던 안와르 미알라의 형은 지난해 6월 24일 퇴근길에 사라졌다. 트럭으로 가구를 나르는 일을 하던 히신 나짐의 남편과 15세 된 아들은 8월 1일 타지 부근에서 실종됐다.

제밀라 자삼의 아들 팔라는 올 1월 8일 친구네 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똑같은 만가(輓歌)의 다른 구절들 같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미군에 억류돼 있는 것이다. 생사를 확인할 수 있고 무고하다면 석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 수감자는 실종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폭력 희생자들이 신원불명이고, 부패한 군과 경찰은 뇌물이 끊길까봐 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엄격한 이슬람 통치 기간동안 아프간은 에이즈의 무풍지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구이동, 해외원조와 상업주의, 외국인 등의 유입, 보건교육 부재 등으로 인해 에이즈는 국경을 넘어 조용히 이 땅에 착륙했다. 아프간의 에이즈 감염자는 공식적으로 69명에 지나지 않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1,000~2,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아프간이 에이즈의 습격을 받은 것은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에이즈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나라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속성에 기인한다.

세계 최대 헤로인 생산국인 아프간에는 약물중독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5년 전부터 흡입식이 아닌 주사식 마약이 유행하면서 에이즈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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