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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탈당/ '14년 한나라맨' 승산없는 판세에 발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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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탈당/ '14년 한나라맨' 승산없는 판세에 발 빼

입력
2007.03.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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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아온 길을 봐라. 내가 어떻게 한나라당을 지켜왔고 자랑스럽게 걸어왔는지 봐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지난달 7일 대학 특강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살아온 행적을 되짚어 보니 손 전 지사만큼 한나라당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정치인도 드물다. 1993년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해 96년 재선에 성공한 뒤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다. 16대 총선을 거쳐 3선 의원이 됐으며, 2002년에는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14년간 ‘한나라당 맨’으로 살아온 이력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경기지사에서 퇴임한 뒤에도 ‘빅3’ 주자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줄곧 한나라당과 한몸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을 ‘한나라당의 미래’라고 강조했고, 12월에는 “한나라당의 집권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이라고도 했다.

고건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포기한 뒤 여권에서 끊임 없이 러브콜을 받던 때에도 그는 “내가 벽돌도 아닌데 어떻게 빼서 (여권 후보로) 넣겠느냐”고 누차 한나라당의 적자임을 밝혀왔다. 그의 측근들조차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하겠는가”라면서 일축했었다.

그랬던 손 전 지사가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것도 “군정의 잔당과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들이 대한민국을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독설을 퍼붓고 전신인 민자당 시절부터 몸담았던 당을 떠났다.

한나라당을 통한 정권교체를 부르짖었던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정도로 정치 환경이 급변한 것이 있을까. 있다면 한나라당 경선 룰이 ‘8월 경선-선거인단 20만명’ 선으로 조율된 것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본인의 주장인 ‘9월-100만명’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나라당을 수구보수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등을 돌린 게 된다.

하지만 이도 역시 탈당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보다는 경선 레이스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강 구도로 치달으면서 자신의 지지율은 좀체 뜨지 않는 판세 때문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당내 경선에서는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자 다른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대선 꿈을 위해 그간의 다짐을 스스로 식언으로 돌린 셈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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