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제재한 뒤 북한 동결자금에 대해선 이를 전액 반환하는 2단계 해법을 내놓기까지는 정치ㆍ외교적 타결을 중시한 미 국무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대로’를 강조하면서 대북 압박에 치중해온 미 재무부의 기세가 국무부의 의해 제어되고 조정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방식의 BDA 문제해결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BDA 문제가 재무부의 손을 떠나 국무부가 주도하는 외교적 해법의 대상으로 전환된 것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모든 당사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 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 일찍이 감지됐다.
사실 힐 차관보는 모두의 만족이 아닌, 모두의 양보에 의한 실용적인 방안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 동결자금의 부분해제를 고집해온 재무부의 후퇴를 유도한 것은 물론 국무부였다고 봐야 한다.
중국과 마카오 당국은 BDA가 돈세탁 기관으로 정식 지정돼 모든 미 금융기관과의 직ㆍ간접 거래가 금지당하는 제재를 감수하는 선으로 물러났다.
2,500만달러 전액을 반환받는 실리를 취했지만 미측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낸 부분도 분명히 있다. 미측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반환된 자금을 인도ㆍ교육적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을 위해서만 쓰겠다는 약속을 했다.
‘인민을 위한 자금사용’이라는 용도지정이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사후 검증의 문제도 그리 간단하게 처리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은 용도지정에 동의함으로써 이 자금이 당연히 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자금이지만 미국의 ‘시혜’에 의해 되찾게 된 자금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
즉 이 자금과 관련된 활동의 불법성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도 이 같은 합의에 동의함으로써 BDA의 불법행위 연관성을 마지못해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은 나름대로 법원칙을 지키면서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동결자금 처리문제는 마카오 당국의 권한임을 강조해온 미국이 자신들의 입을 통해 전액반환을 발표한 형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이번 결정이 북미간 담판에 의한 것임을 강력히 시사함으로써 중국의 부담을 더는 한편 북미 양자사이에서의 타결을 우선시해온 북한을 배려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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