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향해 워싱턴 정국이 점차 열기를 더해가는 것에 반비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기는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파문, 이라크전 부상자 부실 치료,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리크게이트’ 등 최근 잇따른 스캔들이 그를 ‘사면초가’ 속으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개전 4주년을 맞아 이라크 반전기류까지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장관 사임 위기
지난해 연방검사 8명 무더기 해임에 앞서 해리엇 마이어스 전 백악관 법률고문과 카일 샘슨 법무장관 비서실장이 직접 협의를 진행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샘슨 실장이 사임한 가운데 알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은 13일에 이어 17일에도 ‘법무부의 실수’를 공개사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직 곤잘러스 장관을 신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백악관과 법무부가 정치적 동기에서 연방검사 인사에 개입했다”며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차장 등 부시 대통령 측근의 청문회 소환을 추진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CBS 방송은 17일 “대통령이 여전히 그의 사퇴에 완강한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곤잘러스의 낙마는 시간 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월터 리드 육군 병원 파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부상한 미군들에 대한 부실한 치료가 폭로돼 논란을 빚고 있는 월터 리드 미 육군병원 파문도 부시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백악관이 월터 리드 미 육군병원 파문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파문으로 프랜시스 하비 육군장관 등이 해임됐지만 더 많은 관리들이 해임돼야 한다는 의견도 44%나 됐다.
잠자는 폭탄 '리크케이트'
리크게이트의 당사자인 미 중앙정보국(CIA) 전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은 16일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던 남편에게 보복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비밀요원인 자신의 신분을 악의적으로 노출시켰다”고 주장해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라크 반전 여론 확산
이라크전 개전 4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반전시위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여론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돌아서고 있다.
18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3년엔 응답자 83%가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65%가 이라크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반면, 이번 조사에선 61%가 이라크전이 감행할 가치가 없었던 일이라고 응답했다. 아프간 전쟁에 대한 지지도도 2001년 88%에서 53%로 줄었다.
미 시사주간 <타임> 은 최신호(26일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실정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보수파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요지로 부시 대통령의 위기가 공화당의 대선 캠페인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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