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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지금은 한반도 통일의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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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지금은 한반도 통일의 적기"

입력
2007.03.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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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꼬꼬댁거리면, 닭장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암탉이 달걀을 낳았거나 곧 낳으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안팎에서 생산적인 닭 울음 소리가 자주 들리는 듯하다.

낡은 냉전시대의 유산이 소멸되고 남북평화, 더 나아가 국토통일이라는 달걀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오랜만에 감지되는 한반도 주변의 상서롭고 희망적인 정치 기류다.

먼저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이 몰고 온 충격과 그 충격을 완화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성과와 진전을 보이고 있다. 6자회담에서 합의문이 채택된 후,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부시 대통령에게서 북한 비난이 들리지 않고, 북ㆍ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도 순조로워 보인다. 북ㆍ일 관계 정상화 협의 역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오고 있다.

● 미국과 한나라당의 태도변화

북한의 태도도 매우 적극적이다. 북한은 미국ㆍ일본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친구관계를 맺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인을 납치하거나 벼랑 끝에서 핵 위협을 일삼던, 불량한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제부터 국제사회에서 보다 당당하고 문명적인, 혹은 신사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수구ㆍ보수적 목소리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헐뜯어 오던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북 접촉, 방문, 협력사업 같은 의원활동을 허용하고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한 정당의 이해타산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필귀정이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한나라당까지 '햇볕정책'에 합류하면 모든 정당이 남북 화해의 대로를 걷는 셈이니, 실로 엄청난 변화다.

이런 변화는 낡은 세계관과 좁은 안목에 기대는 어리석음 때문에 두 번씩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도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변화는 열린우리당이나 '신당'이 표방해온 대의명분을 나누게 됨으로써, 대선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한나라당이 북한에 유화적 자세로 돌아선 미국과 엇나가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완성하기에 적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주 국제기자연맹(IFJ) 총회에서 외국 기자가 밝힌 견해다. 가나 기자협회 브라이트 블라우 사무총장은 그 중요한 근거로 먼저 한국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 중인 사실을 꼽았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외국 언론인의 객관적 통찰이라 할 만하다. 물론 반 총장 본인도 유엔 사무총장이 지니는 영광스런 상징과 평화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외국 기자는 또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 같은 운명을 가진 국가로서 통일의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IFJ는 결의문을 통해 "이번 총회에 참가한 70여 개국의 언론인들은 한반도에서 냉전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목격했다"고 선언했다.

이런 견해와 주장을 단순히 순진한 희망이거나 지나친 낙관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남북한 문제를 객관화하는 그들의 냉철함이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

최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에 비추어, 그가 아무리 부정해도 남북 정상회담 등의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믿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의 방북을 경계할 일은 아니며 오히려 격려할 일이다.

● 어느 정부든 평화 다리 놓아야

주요 인사의 방북, 가능해진 남북 정상회담과 획기적인 관계개선 등을 터무니없는 비관주의와 부정적 견해로 재단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왜곡하는 일이다. 통일의 다리를 이 정부가 놓든 다음 정부가 놓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지금은 한반도 통일의 적기"라는 신념을 가지고 튼튼한 다리를 세우는 것만이 중요하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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