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했던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와 달리 19일 개막한 6차 6자회담은 봄 기운으로 가득 찼다. 6자회담 개막 직전 1년6개월 동안 북핵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아온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자금을 전액 반환한다는 미국측 발표로 각국 수석 대표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BDA문제가 해결돼 좋은 분위기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일부 수석 대표 간에 설전이 오가고 우회적인 비판이 제기되는 등 신경전도 있었다.
17일 베이징(北京) 도착 후 이틀 동안 접촉을 끊고 주중 북한대사관에 칩거하며 BDA문제 해결 지체에 불만을 표시해 온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개막식에서 영변 핵 활동 중지를 약속하면서 “베이징에도 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신뢰조성이 중요하다”며 BDA문제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우회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차기단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천 본부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얼음이 자취를 감추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비핵화로 냉전의 빙하를 깨뜨리자”며 북측에 핵 폐기 이행 진전을 은근히 압박했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BDA문제 해결이 이뤄지기까지 경과와 배경을 각국 수석대표들에게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북측은 BDA문제가 해결됐다고 인식하고 있고,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진정한 이슈는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등 두번째 단계의 조치를 조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20일 김 부상과 양자접촉을 갖는다.
최근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제기로 마찰을 빚었던 북일 수석대표는 수석대표회의에서 또다시 이 문제를 둘러싸고 2차례 정도 가시 돋친 설전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외하면 각국 수석대표들이 개막식 기조연설과 수석대표회의에서 갈등을 초래할 만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아 회담 전망을 밝게 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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