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와 <요지경> 을 연출, 제작한 이후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배우로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TV드라마와 영화 출연, 라디오DJ 로 활동하면서 스케줄을 쪼개 <에쿠우스> <유리동물원> <갈매기>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의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다. 밤으로의> 갈매기> 유리동물원> 에쿠우스> 요지경>
뮤지컬 작업은 1982년, 뜻밖에 영화에서 이어졌다. 뮤지컬 영화는 잘 제작하지 않는 한국 영화계에서 그 해 김응천 감독이 <갈채> 라는 뮤지컬 영화를 감독하면서 주연배우로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그룹 송골매와 원미경씨가 함께 출연했고, 음악은 이철혁 선생님이 맡으셨다. 갈채>
영화에서 나는 대학가요제에 참여하는 대학생 가수 역할이었고 노래는 대부분을 송골매의 배철수씨와 구창모씨가 불렀고 나도 못 부르는 노래 몇 곡을 영화 속에서 불렀다. 촬영하면서 노래연습 하느라 참 고생 많이 했고, 촬영 중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에 립싱크를 하느라 고생 많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시카고> <드림걸스> 등 외국의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도 다양해지는 장르 속에 뮤지컬 영화의 제작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영화 <갈채> 는 당시 유행하던 하이틴 영화의 붐을 타고 꽤 흥행에 성공했고,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씨는 이후 몇 편의 영화에 더 출연하기도 했다. 갈채> 드림걸스> 시카고>
그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본격 뮤지컬 공연을 제작 하지는 못했지만 TV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 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을 공연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DJ를 했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 에서 뮤직 드라마를 방송하는 등 뮤지컬의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84년에는 처음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가서 본 고장의 뮤지컬을 접하게 되었다. 밤을> 사운드> 젊음의>
해외 촬영이 흔치 않던 그 시절에 KBS에서 중동과 동남아를 배경으로 <불타는 바다> 라는 TV특집극을 촬영하면서 첫 해외 여행도 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는 바로 파리로 날아가 이두용 감독의 <낮과 밤> 촬영팀과 합류하여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영화촬영을 이어서 했다. 독일에서 촬영을 끝내고 나는 혼자서 배낭을 꾸려 유럽여행을 하고 뉴욕으로 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낮과> 불타는>
당시 뉴욕에서는 <캣츠>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코러스 라인> <미스 사이공> 등이 공연 중이었고, 나는 그 공연들을 보면서 흥분과 감격에 휩싸였다. 작품의 감동도 컸지만 수십 개의 공연장이 모여져 있는 브로드웨이의 규모,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 위의 메커니즘, 포스터의 카피 한 줄까지 모두 다 놀라왔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캣츠> 포스터의 문구. ‘공연장소 : Winter Garden Theater 공연일시 : Now & Forever’ 캣츠> 미스> 코러스> 팬텀> 캣츠>
고작 1주일 공연이 대부분이었던 한국 공연계에서 활동하던 나에게 ‘공연일시 Now & Forever’는 큰 충격이었다. 8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나는 한국에 돌아오자 바로 뉴욕에 가서 아예 몇 년을 살아보자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소위 스타 소리를 듣고 연극무대, TV, 영화에서 가장 바쁜 배우였지만 많은걸 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젊어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많은 것들을 가슴에 품는 것이 더 큰 재산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85년 나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뉴욕 브로드웨이로 떠났다.
PMC대표ㆍ명지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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