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쉰들러 박사’로 존경받으며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건국훈장을 받은 인권변호사 고(故) 후세 다쓰지(布施辰治ㆍ1880~1953)의 생애가 연극으로 다시 살아난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단 중 하나인 극단 젠신자(前進座)는 20~25일 도쿄(東京) 기치조지(吉祥寺) 젠신자극장에서 연극 ‘살아야 한다면, 죽어야 한다면’을 공연한다.
이 극단은 1931년 창단 당시부터 법률고문으로 극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후세 변호사의 일생을 담은 연극을 창단 75주년 기념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올리기로 했다. 연극 제목은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라는 후세의 평생 좌우명에서 따온 것이다.
1902년 메이지(明治) 법률학교 졸업 후 판사가 된 후세는 재임 중 힘없는 자에게 무자비한 법의 실체를 통감, 변호사로 변신한다. 톨스토이의 인도주의에 감명받아 자칭 ‘톨스토이의 제자’가 된 그는 국적에 차별을 두지 않는 ‘민중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 내 민중운동과 조선의 독립운동ㆍ농민운동 등 그는 모든 민중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서민들을 대변했다. 특히 2ㆍ8 독립선언 당시 ‘조선청년독립단’소속의 조선유학생 등 일제 하 조선과 일본에서 체포된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무료로 변호를 맞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다.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대학살에 대해서는 사죄와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작성해 한국 언론사에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1932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고난을 겪었다.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번이나 투옥되기도 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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