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그저 술이 아니다. 커피도 단지 음료가 아니다. 와인과 커피는 이제 분위기, 아니 문화 그 자체가 되었다. '마니아'들도 수없이 많아졌다.
그런 만큼 전문직업으로서 '소믈리에(sommelier)'와 '바리스타(barista)'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일과 취미가 결합된, '취미 같은 일자리' '일 같은 취미'를 원하는 젊은 층 사이에선 소믈리에와 바리스타가 더 이상 생소한 직업이 아니다.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김수정(28)씨와 포도플라자 와인바 뱅가의 소믈리에 김경희(29)씨가 지난 15일 서울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만나, 자신들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두 미녀들의 수다를 들어보자.
김경희= 바리스타를 하시면 커피 전문점에 있는 라떼 카푸치노 같은 걸 다 만드시나요.
김수정= 바리스타에 대해 아직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냥 커피만 만드는 사람은 아니랍니다. 바에서 커피나 음료를 만들기도 하지만 고객에게 커피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도 나누는 친구 같은 역할도 크죠. 제 생각에는 소믈리에도 바리스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 친구들과 와인바에 갔었는데, 아는 와인이 없어 소믈리에 분한테 달콤한 걸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빌라엠(Villa M)'을 권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와인 맛이나 향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바리스타도 커피에 대해 그런 역할을 한답니다.
김경희= 소믈리에는 기본적으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손님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바의 와인 리스트를 선별관리하죠.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은 손님들이 와인과 커피의 맛을 제대로 즐기도록 돕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건 그렇고 바리스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김수정= 2000년 뉴질랜드에 공부하러 갔을 때 하숙동료 중에 바리스타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처음 알게 됐죠. 그 때 내가 바리스타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는데…. 2004년 고향 대전에 첫 스타벅스 매장이 생길 때 입사해서 정식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습니다.
김경희= 전 원래 호텔 레스토랑에 근무했기 때문에 와인 가까이서 일한 지는 거의 10년이 되어가네요. 하지만 호텔리어로 한계를 느끼던 중 와인을 돌파구로 삼게 됐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소믈리에 전문학교에서 1년짜리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땄죠. 정식 소믈리에가 된지는 이제 3년째네요.
김수정= 바리스타도 협회 주관의 자격증도 있고, 콘테스트도 있어요. 하지만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꼭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랍니다. 스타벅스에 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김경희= 바리스타도 소믈리에처럼 훈련과정이 까다롭겠죠?
김수정= 바에 들어가는 바리스타가 되려면 미각훈련을 계속해야 해요. 처음엔 커피에서 무슨 흙내음이나 치즈향, 견과류향이 날까 했었는데, 자꾸 훈련하다 보니 느껴지더군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산지에 따라 원두풍미가 다른데, 심지어 한자리에서 17가지 원두를 구분하며 마신 적도 있죠.
김경희=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신 분들이 많으니까 아시겠지만, 소믈리에도 쉽지 않은 직업이예요. 소믈리에도 와인에 어떤 맛, 향이 있는지를 끊임없는 테스팅을 통해서 머리에 기억을 시키는 훈련을 하거든요.
김수정= 와인도 마니아가 많죠? 커피도 그렇답니다. 손님 중에는 바리스타인 저조차도 깜짝깜짝 놀랄 만큼 '커피박사'들이 많아요.
김경희= 그래요. 하지만 와인은 문화인데 와인을 그냥 좋아하고 즐기는 게 아니라 지식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아서 좀 안타깝죠. 그런건 소믈리에 영역인데…. 아무튼 요즘 감각있고 실력까지 갖춘 소믈리에들이 많아졌답니다. 꼭 내가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 권하고 싶은 직업인 것은 틀림없어요.
김수정= 저도 커피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성격이 외향적이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바리스타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글 문향란기자 iami@hk.co.kr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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