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원형 천막 무대, 공중을 나는 곡예사, 맹수들의 재주 넘기….서커스는 관객에게 즐거움, 경이로움 그리고 스릴을 제공하지만 깊은 예술적 감흥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동춘서커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서커스는 명절에 TV를 통해서나 만나는 추억의 장르이다.
그러나 세상이 진화하듯, 서커스도 진화를 거듭해 새로운 공연예술로 태어났다. ‘한물간 곡예 쇼’라는 선입관을 단번에 부술 예술 서커스 <퀴담(quidam)> 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퀴담(quidam)>
뮤지컬 같은 서커스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을 뜻한다. 얼굴 없는 사내 ‘퀴담’이 한 가정을 방문하면서 공연은 시작한다. 거실엔 신문만 보는 아버지, 뜨개질에만 열중하는 어머니가 있다.
혼자 놀기에 지쳐 부모의 관심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 ‘조이’는 퀴담을 따라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처럼 <오즈의 마법사> 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퀴담> 은 소통이 단절된 현대 가족의 단면을 상징하며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루어 극을 전개한다. 퀴담> 오즈의>
진중한 주제의식을 가진 <퀴담> 의 매력은 서커스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연극, 무용, 마임 등 여러 공연 예술의 장점을 결합해 서커스에 예술적 미학을 덧입혔다. 퀴담>
등장인물 모두 곡예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전문 가수와 발레리나가 등장, 노래와 춤을 선보이기 때문에 뮤지컬 같다. 현장에서 연주되는 배경음악은 흥을 돋우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주제를 표현하는 완성된 공연 음악이다.
그랑 샤피토의 위용
캐나다의 공연단체 태양의서커스는 <퀴담> 이란 신개념 서커스를 통해 ‘공연예술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퀴담> 은 태양의서커스가 제작한 작품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다. 1996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등 19개국에서 800만명이 넘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퀴담> 퀴담>
태양의서커스는 공연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한 작품을 15년 동안만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리지널팀이 모든 공연을 하며 라이선스 공연은 하지 않는다. 이번 공연에도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공연한 오리지널팀이 출연한다.
한편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에서는 <퀴담> 의 공연장인 그랑 샤피토(Grand Chapiteau)의 상량식이 열렸다. 5,000여 평의 대지 위에 세워지는 그랑 샤피토는 2,600여 관객을 수용하는 빅탑 극장(높이 17m, 지름 50m)을 비롯해 VIP용 텐트, 200명이 넘는 공연 팀과 그 가족이 사용하는 식당, 학교 등의 시설이 마련돼 ‘움직이는 마을’로 불린다. 설치 공사는 25일 완료된다. <퀴담> 공연은 29일 시작된다. (02)541-3150 퀴담> 퀴담>
▲ '퀴담'의 주요 동작들
<퀴담> 에서 공을 굴리는 곰이나 불기둥을 뛰어넘는 사자 같은 동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예술 서커스라고 해도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낸 기예가 빠질 수 없다. <퀴담> 의 주요 동작 몇 가지를 소개한다. 퀴담> 퀴담>
▦ 뱅퀸(Banquine)
뱅퀸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이탈리아의 곡예술이다. 연기자 15명이 인간 피라미드와 같은 화려한 곡예를 쉴 새 없이 보여준다. <퀴담> 의 하이라이트. 퀴담>
▦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s)
연기자들이 무대 위의 고리에 매달려 보여주는 동작. 허공에서 홀로 때로는 여럿이 우아하면서도 완벽한 묘기를 선보인다.
▦ 에어리얼 컨토션 인 실크(Aerial Contortion in Silk)
무용수가, 공중에서 늘어뜨린 붉은색 천과 하나돼 펼치는 동작. 여러 가닥의 붉은색 천이 연기자의 몸과 얽혔다가 떨어지는 장면은 강렬하면서도 아찔한 느낌을 준다.
▦ 핸드 밸런싱 (Hand Balancing)
오로지 가느다란 목마에 의지해 균형을 잡는 연기자가 점점 복잡하고 위태로운 자세를 취한다. 무대에 내려설 때의 우아한 실루엣이 관객의 상상을 자극한다.
▦ 스패니시 웹(Spanish Webs)
텔레페릭이라는 장치에 매달려 무대 위를 날던 연기자들이 혼자 혹은 단체로 수직하강 한다. 보호장치는 허리와 발목에 매단 줄 뿐이다.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