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한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한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자

입력
2007.03.19 23:36
0 0

우리는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동과 환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국을 다니다 보면 현지인들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거의 대부분 한국인의 '길거리 응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인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지나친 사대주의와 자기비하

5년이 지난 요즈음에는 한국인의 우수성과 역동성을 모르는 외국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외국의 큰 도시들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광고판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 공항들에서 한글로 된 안내판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어느 나라에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정보통신기술을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없을 정도다. 5000년 유구한 역사 속에서 오늘날처럼 한민족(韓民族))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닐 수 있는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아직도 사대주의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비하가 지나칠 정도이다.

툭하면 외국이나 외국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를 비난한다거나, 우리의 잘못은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면서 외국의 경우에는 장점이나 강점만 언급하고 단점이나 약점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예컨대, 일부의 사람들이긴 하지만 미국의 대학에서는 대학별 경쟁은 거의 없고 학과별ㆍ전공별 경쟁만이 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화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에 대학이 4000개 정도나 있고,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미국 대학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선택된 전체 상위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이미 초상위권 대학들이라는 사실을 거의 거론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에서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라고 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만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에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도 대학들을 평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약 2년간의 치열한 입시준비를 거친 후에, 전체 상위 1%정도의 학생들만이 진학할 수 있는 그랑제콜(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대학교'가 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의 거론하지 않는다.

한편, 일부에서는 영국의 사립중등학교 시설이나 교육활동의 우수함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열악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1명의 자녀를 영국의 사립중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학부모가 1년에 3,000만원 정도의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의 거론하지 않는다.

● 세계사 주도할 창조 필요한 때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ㆍ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학간, 학교간, 학생간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며, 개별 교육기관에서 좋은 시설과 우수한 교육활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다른 나라들이 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보다 더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 도입하고 활용해야 할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우수한 사례를 외국에 제공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한민족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외국으로부터의 모방이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새로운 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