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군대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민당 쓰지모토 기요미 의원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른바 ‘협의의 강제성’은 없었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거듭된 다짐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국제적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정부가 ‘협의의 강제성’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나 국제 여성ㆍ인권단체의 꾸준한 비난에 덧붙여, 최근 미 의회까지 나서서 ‘성노예’ 범죄를 비난하고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려는 흐름을 맞아 최소한 법적 책임이나마 피해보려는 몸부림이다.
일본 정부나 군이 직접 강제동원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물증이 없는 한 국가의 범죄로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형식적 논리를 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군대위안부 문제의 본질에 비추어 지나치게 협소하다. 군대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으로 이미 전쟁 범죄 가운데서도 특별한 주의와 관심을 요하는 ‘인륜에 반한 죄’의 대표적 사례로서 자리잡았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에 반한 죄는 세부 과정을 확인할 구체적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덮을 수 없다.
‘성노예’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관리ㆍ감독 상의 중과실을 부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정으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범죄적 개입을 부정할 구체적 반증을 내놓아야만 한다. 그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공연히 ‘협의의 강제성’을 따지고 있는 것은 지엽적 논란으로 문제의 전체상을 호도하려는 간지(奸智)일 뿐이다.
일본 정부가 눈을 크게 뜨고 군대위안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만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다짐이 의미를 띨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유감스럽고 참혹스러운 일이었다”는 토머스 쉬퍼 주일 미 대사의 지적과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국제사회의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라”는 한국 정부의 촉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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