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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와 채용자가 말하는 '외국계기업 취업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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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와 채용자가 말하는 '외국계기업 취업 포인트'

입력
2007.03.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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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현장에서 인사담당자와 구직자는 ‘갑’과 ‘을’의 관계다. “잘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시켜 만 주십시오.” 을이 목청껏 외쳐봐야 갑은 시큰둥하다. “세월은 흘렀는데 면접 레퍼토리는 어이 해 바뀔 줄을 모르는고….” 불길함이 을에게 드리운다. ‘또 떨어진 게군.’ 당락의 칼자루를 쥔 인사담당자 갑은 구직자인 을에게는 늘 두려운 존재일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을이 갑을 직접 협박하고 사람까지 동원해 압력을 가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더구나 겁 없고 맹랑한 을은 갑에게 인정을 받아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니베아서울㈜ 영업부 사원인 이미희(28ㆍ여). 갑인 한준기 인사담당 이사도 함께 만났다. 둘을 통해 외국계 기업의 취업 포인트를 짚어보자.

●인사담당자를 협박하라

한준기=“지난해 2월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터넷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여성이었다. 단순 업무를 맡기기에는 너무 학력이 좋았다. 그런 친구들은 뽑아봐야 곧 그만둔다. 그런데 이 여성은 다짜고짜 “회사의 걱정은 기우”라며 반박하고 인터뷰 기회만이라도 달라고 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2분만에 끊었지만 어찌나 맹랑하던지. 그 뒤 잊고 있었다.”

이미희=“해외유학(미시간주립대 석사)은 겉만 화려할 뿐이다. 입사 타이밍을 놓치자 취업이 쉽지 않았다. 마케팅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눈높이를 낮춰 니베아서울에 지원했다. 그런데 ‘밑바닥부터 배우겠다’는 내 결심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 수소문 끝에 인사담당 이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내 바로 전화했다. 하지만 ‘NO’라는 답을 들었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시절 인턴사원을 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나 평소 친분을 쌓아둔 헤드헌터 등에게 전화 한 통씩을 부탁했다. 수신자는 모두 한 이사였다.

한=“처음엔 황당했다. 그런데 인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당장 성과를 못 내더라도 자기 몫은 충분히 한다’‘건방 떨지 않고 예의 바르다’고 거드는데 도리가 없었다. 입사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면접만 보게 해달라는 부탁이라 밑져야 본전이었다.” 이씨의 협박과 압력이 먹혀 들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씨가 면접 허락을 받을 즈음 니베아서울은 한명을 뽑기 위해 지원자 50명 중에서 최종 후보로 2, 3명을 압축해놓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은 ‘신입’을 잘 뽑지 않는다. 어렵게 인터뷰기회를 얻긴 했지만 이씨의 입사 가능성은 희박했다.

●인사담당자의 맘을 읽어라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씨는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면접점수가 최고였다.

한=“외국계 기업이 인재를 보는 핵심은 명확한 목표 중심적인 사고다. 동시에 잠재력과 가치를 살핀다. (이씨는) 목표가 뚜렷하고 잠재력이 높았다. 표정도 밝았다. 예리한 질문에도 주눅들지 않고 대처했다. 마치 면접관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씨는 인터뷰 전에 이미 여러 통로를 활용해 한 이사를 비롯한 면접관의 가치관과 성품, 스타일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이씨는 “한 이사님에겐 돌려 말하기, 머리 굴려 말하기가 안 통한다.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곁에 있던 한 이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외국계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누구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 안 뽑고 배길 수 있을까.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난해 3월15일 정식 입사한 이씨는 이제 어엿한 직장생활 1년차가 됐다.

그는 자신의 취업비결이 특별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다 보니 협박도 하게 되고 인맥도 동원하게 되더라”라며 “결국 열정을 보여준 게 좋은 결과를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기개발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학회에서 주관하는 콘퍼런스에 응모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숨은 재능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를 뽑은 회사도 만족하는 눈치다.

한 이사는 “보고서 작성이나 수리 감각 등 단순 업무능력은 좀 떨어지지만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적응하려는 모습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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