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시한(30일)을 10여일 앞두고 숨가쁜 막판 협상이 진행된다. 고위급 회담이 19~21일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열리고,다음 주에는 한국에서 통상장관 회담이 개최된다. 한미FTA 협상의 최고위 결정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24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해외 순방 중에 한미FTA 타결 또는 결렬 보고를 접하게 된다.
19일(현지시간) 막이 오르는 고위급 협상은 세 갈래로 진행된다. 워싱턴에서는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만나 자동차, 의약품, 지적재산권, 개성공단, 방송ㆍ통신시장, 무역구제 등의 쟁점을 놓고 조율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 쟁점별 상호 요구사항을 동시에 철회하는 낮은 수준의 타결이 될지, 요구사항을 동시에 수용하는 높은 수준의 타결이 될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측은 무역구제에서 ‘비합산’(미국의 산업피해 판정 시 한국산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미국은 의약품에서 ‘신약 최저가 보장’ 요구를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 수석대표 회의와 별도로 열리는 섬유분과 고위급 회담은 한국이 공세적 자세로 얻어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섬유 분야에서 관세 철폐 대상 품목을 지나치게 줄여 잡고 있고, 한국은 이에 대한 목록 재작성을 요구한 상태여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과천 농림부 청사에서는 농업 분야 고위급 회담이 진행된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차관보와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담당 협상 대표가 만나 담판에 나선다. 특히 FTA 공식 의제인 쇠고기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뼈 수입 여부를 둘러싼 검역 문제까지 연계돼 있어 농업 분야 협상의 타결 또는 결렬 여부는 전체 FTA 협상의 향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바지 협상 시한에 쫓긴 나머지 졸속 협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협상 타결 시한까지 해외순방을 하게 돼 주요 쟁점에 대한 정부내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있다. 또 외교통상부가 수석대표 회담이 열리는 미 워싱턴의 르네상스 메이플라워 호텔에 취재 기자들이 묵지 못하도록 해 막판 협상이 지나치게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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