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골퍼들이 말로는 ‘운동 삼아, 친교를 위해 골프 한다’고 말하지만 진정 스코어에 초연하기는 어렵다. 18홀을 끝낸 뒤 스코어카드를 받아 든 동반자들이 성적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승리감 혹은 패배감을 맛보는가 하면 좋은 스코어를 내고도 불만에 쌓이기도 한다. 아예 스코어카드를 외면하며 분을 못 삭이거나, 스코어와 상관없이 라운드 자체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골프 만큼 부정의 유혹을 받는 스포츠도 없다. 스스로 심판관이 되어 플레이 하다 보면 좋은 스코어를 위해 남모르게 부정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수없이 받는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골프를 경영의 한 방편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부정의 유혹’이라는 그물망 때문이다.
‘골프는 철저하게 정직을 시험하는 운동’이라는 정의가 있을 정도로 정직성을 시험하기에 골프만한 게 없다. 자신은 남이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지만 골프장에서 남모르게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골프코스는 투명유리와 같아서 동반자들과 캐디는 부정행위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다만 모른 척할 뿐이다. 세계적 CEO들이 동업자나 거래선, 간부를 정하기 전에 골프를 통해 정직성을 시험하는 이유다.
골프는 정직성을 시험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 한 번의 라운드만으로 개인의 품성, 생활습관, 사회성, 업무 추진방식 등을 짐작할 수 있다. 골프를 거울과 스펀지에 비유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골프의 속성 때문이다. 골프장의 보이지 않는 거울을 제대로 볼 줄 알고 라운드 중의 모든 것을 담아낸 스펀지를 짜내 그 내용물을 읽어낼 수 있다면 골프야말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최상의 스포츠다.
남을 분별하기 위한 이기적 목적 외에 스스로를 갈고 닦는 인생수양에도 골프는 대단한 효험을 발휘한다. 골프가 ‘목표가 없는 끝없는 게임’(스코틀랜드 속담)인 이상 보다 나은 스코어와 플레이에 대한 욕망을 접을 수는 없다. 이 욕망을 좇다 보면 기량 연마와 함께 마음의 수양이 필수적인데, 이때 다양한 골프 동반자들은 훌륭한 타산지석이 된다.
대부분의 CEO들은 골프가 사람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게임이지 이 사람이 운동선수인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님을 체득하고 있다. CEO들은 골프를 하면서 사람을 사귀며 평가하고 배우며 자극을 받아 자신을 채찍질한다. ‘골프에서의 테크닉은 2할에 불과하다. 나머지 8할은 철학 유머 비극 로맨스 멜로드라마 우정 동지애 고집 그리고 대화’라는 골프평론가 그랜트랜드 라이스의 명언을 실감 있게 체험한다면 타고난 CEO다.
골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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