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당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동결계좌 전부를 해제해 2,500만달러를 모두 북한에 돌려주기로 결정한다 해도 전액 해제를 반대해온 미국이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 재무부도 BDA와 북한이 관련된 불법행동의 증거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 동결계좌 해제는 전적으로 마카오 당국의 권한임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카오 당국의 전액 해제방침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18일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 참석에 앞서 “우리 시각으로는 BDA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말한 것도 미국측의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매우 합리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그것은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미측은 미 금융기관이 BDA와 직ㆍ간접으로 거래하는 것을 모두 금지하는 실질적 제재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적의 절반이상을 이미 달성한 상태다.
세계의 다른 금융기관들에게 북한의 불법활동에 연루되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북한이 BDA 동결계좌의 전액 해제를 넘어 국제금융체제에서의 입지 회복을 노리고 있었다면 북한으로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카오 당국의 북한 동결계좌 전액 해제가 현실화한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단죄라는 추가적인 목표달성을 단념하고 이를 정치ㆍ외교적으로 묵인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도 당장의 6자회담 진전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마카오 당국의 조치에 상당한 유감을 표명할 개연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마카오 당국이 북한 동결계좌 전체를 해제하면서 어떤 논거를 세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BDA나 북한이 관련된 불법행위 자체를 부인할 경우, 이에 대해선 미국의 강력한 반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박이 실질적으로 마카오 당국의 조치를 저지하기는 어렵지만 미 재무부 조사의 국제적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선 반박이 불가피한 수순이다.
미국의 묵인이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 미 국내적으로는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는 다분하다. 보수 강경 세력들이 이 문제를 따지고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해결방식을 주도해온 미 국무부와 보다 강경한 세력들이 포진하고 있는 미 재무부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보다 심화할 공산도 있다고 봐야 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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