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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해양시대가 열린다] (7) 신비의 물, 해양심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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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해양시대가 열린다] (7) 신비의 물, 해양심층수

입력
2007.03.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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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앞 바다. 이 곳 바다 밑바닥에는 뭍으로 이어지는 약 2.45㎞짜리 대형 취수파이프 라인이 깔려 있다. 수심 300m와 500m에 있는 ‘동해물’을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다. 해저 취수관을 통해 올라오는 동해물은 ‘물로 봐서는 안 되는’ 물이다. 깊은 바다 속에서 적어도 300년 이상 묵은 ‘신비의 물’, 해양심층수(deep ocean water)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활용가치로 각광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심층연구센터 문덕수 박사는 “해양심층수는 식수 뿐만 아니라 농ㆍ어업용수, 의약, 미용, 건강제품 등으로의 개발이 무궁무진한 미래의 생명수”라며 “특히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국가 자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곳에 있는 바닷물이다. 태양광이 없어 수온은 항상 2도 이하의 저온상태를 유지하고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도 살지 못해 이를 먹고 사는 각종 병원균과 유기오염물도 거의 없다.

반면 해수 표층의 각종 유기물이 가라앉으면서 질소와 인 등 영양염으로 분해ㆍ축적돼 무기물이 풍부하며,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세포의 작용을 돕는 미네랄도 다량 함유돼 있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해양심층수 이용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먹는 물이다. 심층수는 소금기만 제거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청정수가 된다. 천연 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기능성 물(음료)이 되는 셈이다. 제염과정에서 나오는 소금도 보통 소금과 다른 청정염이다.

세계 5개국서만 개발, 활용

심층수는 취수관을 통해 육지로 뽑아 올려져도 수온 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냉방과 제빙시설에 활용할 수 있다. 심층수 100톤이면 8~16가구에 하루 종일 냉방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질소와 인산, 규소 등 영양물질이 풍부해 해조류나 한해성 어류 양식을 위한 용수로도 안성맞춤이다. 실제 김 양식의 경우 일반 표층수에 비해 성장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

의학계에서는 해양심층수를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등으로, 농업분야에서는 고추와 배추 등의 육묘배양 시 웃자람 방지용으로 각각 이용하고 있다. 또 염분을 뺀 해양심층수는 피부미용에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해 화장품이나 식품 첨가물로도 사용된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후 주변 해역으로 배출되는 해양심층수는 적잖은 영양염류가 포함돼 어장환경 복원과 균형유지에도 일조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최근 1년 동안 죽왕면 오호리 앞 죽도 해상에서 해양심층수가 지속적으로 배출된 결과, 죽도 북쪽 해역의 해조류가 15종에서 27종으로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한마디로 버릴 게 없는 물이 바로 해양심층수다.

연구센터의 이승원 박사는 “현재 해양심층수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노르웨이 대만 등 5개국에 불과하다”며 “국내의 대학, 연구소와 공동으로 우리 고유의 심층수 다목적 개발 및 적용 분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은 심층수 보고

‘해양 금맥’으로 떠오른 심층수는 우리나라 동해에 방대하게 흘러 다니고 있다. 세계 해양학계가 “동해야말로 천혜의 심층수 해역”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보통 지구를 순환하는 바닷물은 그린랜드 빙하지역에 도착해 차가워지면서 비중이 커져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흘러 다니다 북태평양의 북부해역에서 바다 표층으로 상승한 뒤 다시 냉각해 하강하게 된다. 심층수가 지구 한 바퀴를 순환하는 데 2000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반도와 러시아 연안, 일본열도로 둘러싸인 동해는 평균 수심이 1,684m에 달하면서도 4개 해협의 폭이 좁고 수심도 200m 이하로 낮아 심층수가 인접 바다와 교환되는 양이 매우 적다. 이로 인해 동해 내부에서 심층수가 형성, 순환, 변형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 동해 심층수를 ‘동해 고유수’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동해의 심층수 부존량은 3×10의 19승톤, 내부 순환 주기는 300~7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2년 넘게 관련법 국회서 낮잠

우리나라는 풍부한 심층수 자원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를 ‘돈’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해양심층수의 체계적인 개발 등을 위해 입법 예고한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2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일본과 대만 등은 심층수 관련법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심층수 난개발과 과다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국순당(백세주)과 애경산업(화장품), 샘표식품(간장), 현대약품(이온음료) 등 8개 기업은 해양심층수 시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시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심층수 개발업체들은 참다 못해 아예 “현행법 테두리에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울릉미네랄㈜ 김홍기 대표는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서 국내 개발업체 수가 20여 개에서 5개로 줄었다”며 “지난해 6월 먹는 물 관리법이 바닷물로도 먹는 물을 만들 수 있도록 개정된 만큼 이를 토대로 심층수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심층수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관련 기업유치에 뛰어든 강원도와 고성군, 양양군, 강릉시, 경북 울진군, 울릉군 등 동해안 자치단체들도 법안 통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심층수가 침체된 동해안 지역경제를 되살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해양심층수법안은 심층수 개발업체에게 용수료를 세금으로 거둬 지역 사업 등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동대 이종호(해양심층수학과) 교수는 “심층수 관련사업이 고용창출과 관광객 유치, 주민 소득 증대 등 막대한 경제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보·해양수산부 공동기획

고성=안경호 기자 khan@hk.co.kr

■ 선진 해양국 발 빠른 개발

해양심층수의 자원 가치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33년 전이다. 1973년 오일쇼크가 터지자 이듬해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를 찾던 미국이 차가운 해양심층수를 뽑아 올려 따뜻한 표층 해수와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해양온도차발전’ 연구에 나서면서 해양심층수의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곧바로 하와이에 자연에너지연구소를 세우고 농ㆍ어업과 대체에너지, 식품ㆍ의약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해양심층수 산업화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29개 식품제약 벤처기업이 입주해 연간 2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3,000만 달러의 소득을 내고 있다.

해양심층수 실용화 기술개발 개념을 정립한 것은 일본이다. 76년부터 심층수 연구에 나선 일본은 89년 처음으로 심층수를 이용한 ‘먹는 물’ 개발에 성공해 상당한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고치현 등 18개 자치단체에서 심층수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생수와 맥주, 음료, 소금, 화장품, 식품 등 무려 1,000여종의 심층수 관련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2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일본이 해양심층수로 만든 식수는 국내에 혼합음료로 수입돼 백화점 등에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노르웨이는 심층수를 연어 양식에 이용하고 있고, 대만도 지난해부터 심층수를 이용한 생수 시판에 나서는 등 산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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