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국내 증권업계 사상 최초로 펀드 상품의 해외수출에 나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18일 홍콩 현지법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동중인 해외 현지법인은 물론 새로 진출하는 모든 지역에서 미래에셋운용의 펀드 판매망을 구축하겠다”며 “이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미래에셋 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현재 홍콩, 싱가포르, 인도 뭄바이 등지에 운용사와 증권사 현지법인을 설립ㆍ운용 중이며, 올해 안에 영국, 미국, 중국, 베트남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우선 홍콩 지역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우수한 실적을 올린 아시아펀드를 판매하겠다”며 “올해 안에 2,000~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설립을 준비 중인 미국 시장에서는 100만명에 이르는 한국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PB 형태의 펀드판매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판매할 펀드는 국내에서 판매, 운용중인 미래에셋 대표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복제한 ‘카피 펀드’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증권사의) 자본은 점점 늘어나는데 운용능력이 똑똑하지 못하면 이는 재앙”이라며 인재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금융산업은 자본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육성이 더 중요한데 국내 증권업계는 이 부분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며 “컴플라이언스(준법) 규정을 지키면서도 우수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인재,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중국 공상은행 기업공개에서 수조 원을 벌어들였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에게는 단 1주의 주식도 주지 않았다”며 “국익을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역외펀드 비과세 문제에 대해 “중요한 것은 세금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정부가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가의 화두가 된 ‘펀드자본주의’에 대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투자대상 기업에 의견을 내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일을 외부에 알려 상대방 회사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알려진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경영권이 바뀌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그 같은 변화가 회사(동아제약)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지를 고려해 (미래에셋) 투자전략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