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6차 6자회담의 전망은 좋습니다. 그러나 섣부른 과잉 기대는 말아야 합니다. 이제껏 북한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만난 글렙 알렉산드로비치 이바셴초프(62) 러시아 대사는 6자회담에 대해 낙관하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이번 회담은 6자회담의 두 가지 기본 합의문인 9ㆍ19 합의와 2ㆍ13합의의 이행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아무리 긴 여정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듯이, 북한 핵문제는 지금 그 첫 걸음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1963년 미국과 소련, 영국이 맺은 최초의 핵실험금지 국제조약인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PTBT)을 예로 들며 “북핵 문제도 첫걸음이 그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학생이었던 이바셴초프 대사는 “누구도 조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회고하면서 “경험에 비춰볼 때 한반도 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 조치”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대미 관계에서 신뢰 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이끌어냄으로써 발전된 양자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신뢰구축 조치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2003년 8월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6자회담이 결국 동북아의 핵 비확산 체제나 안보협력 체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6자회담의 목표 중 하나는 동북아에서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든 남한이든 일본, 중국이든 역내에 있는 나라라면 이 안보협력체제에 의해 국가안보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러시아가 이전 회담에서 약속한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에 대해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2ㆍ13합의에서 나온 대로 다른 참가국과 공평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지원 방식은 국가마다 달라 중유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석탄이나 가스, 전력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방식은 한국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는 에너지 실무그룹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23일 열리는 북러경제공동위원회 회의와 관련, 이바셴초프 대사는 “러시아는 80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대 러시아 부채 탕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탕감 방식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부채가 공동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그의 말대로, 구 소련 국가들에서처럼 북한의 자원 개발이나 공장 가동 등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빚을 탕감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는 경제협력 촉진을 위해 빚의 활용을 선호합니다. 인도에서 러시아는 빚을 받아 그 일부를 인도의 조인트벤처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의 부채문제가 해결되면, 시베리아 철도와 남북한 철도 연결과 같은 남북한, 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큰 프로젝트 추진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경제가 하부구조이고 정치가 상부구조’라는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남북한 경제협력이 장기적으로 정치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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