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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카푸치노] 외교 파티장 '총성없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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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카푸치노] 외교 파티장 '총성없는 전쟁터'

입력
2007.03.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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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그리고 두 뺨에 번갈아 키스 쪽쪽~. 방금 키스를 주고받은 이들의 남편과 부인이 또 다시 쪽쪽. 최근 논란이 된 커플 스와핑의 현장이 아니라 어느 외교가 파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두 뺨에 가볍게 하는 키스는 유럽에서 이성 간에, 혹은 여성과 여성 사이에 친밀감을 표시하는 인사 방식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국적에 상관없이 널리 사용된다. 남성들끼리는 주로 악수를 나눈다.

인사가 끝나면 서로의 근황을 묻는데, 외교관들과의 대화는 한마디로 좀 느끼하다. 한국사람에겐 거북할 정도다. 과도한 친절과 배려가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수년 전 외교가를 처음 담당할 무렵,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간 스리랑카 부대사의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집에 돌아온 적이 있는데,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정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밤 늦게 안전하게 집에 들어갔냐고 묻고 전날의 저녁 자리로 인해 우리의 우정이 더욱 발전했고 배려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때는 낯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게 자기 나라에 대한 친구 혹은 아군을 길러내는 외교관의 또 다른 임무라는 점을 알면 느끼한 친절도 이해가 된다. 이를 위해 주한 외교관들은 모두 본국에서 외교관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한국에 온다. 나라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은 조금씩 다르지만, 파티장소에서 할 행동, 옷 입는 방법, 심지어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화술까지 배우기도 한다.

흔히들 외교 파티는 호사스러운 의상을 입은 사교계 사람들이 값비싼 음식과 술을 즐기며 노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

정장을 차려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사교적인 얘기를 나누지만 그 이면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치열한 외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외교 파티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홀로 쭈뼛쭈뼛 하는 외교관들은 ‘초짜’이거나 제대로 배운 외교관이 절대 아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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