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룰이 ‘8월 경선-선거인단 20만명’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고 경선 시기를 늦춘 것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경선 룰을 놓고 득실을 따지는 한편 당초 ‘6월-4만명’에 맞춰 짜놓은 경선 전략의 수정 작업에도 나섰다.
선거인단 규모가 늘어난 것은 이 전 시장에게 일단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국민선거인단 규모가 당초 1만2,000명에서 6만 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 지지도에서 박 전 대표보다 20% 포인트 가량 앞서 있는 이 전 시장측은 규모를 늘리면 그만큼 민심이 경선에 많이 반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원ㆍ대의원에 비해 국민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인단 규모가 커졌다고 곧 민심 비중이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당원ㆍ대의원 선거인단에 대한 당협 위원장의 장악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바뀐 룰에 따르면 경선에는 대의원 4만명을 포함해 당원 10만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하게 된다. 지역구별로 500명 가량의 당원들이 참여하는 셈이다. 위원장의 선거인단 장악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양 진영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선 시기를 늦춘 것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뒤쫓는 주자로서 나쁘지 않다. 박 전 대표측은 8월이면 범여권 주자가 가시화하고 이 전 시장과의 여론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은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앞으로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바뀐 룰은 양 주자 모두 득실을 나눠 가진 절묘한 방정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4월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선관리위원회 테이블에서 양 진영은 다시 한번 경선 일정을 두고 2라운드 샅바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6~7주에 걸친 전국 순회 경선과 단 하루에 끝내는 경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를 놓고 양 진영의 계산이 복잡하다.
양 진영은 룰 변경에 따라 경선 전략 수정에 본격 나섰다. 선거인단 규모가 커진 만큼 대의원 잡기 보다 대국민 바람몰이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양측의 전략적 시각이 일치한다. 캠프 실무자들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이슈를 개발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바람몰이에 집착하다 보면 검증 공방 등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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