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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실패 넘어 '미국의 짐'된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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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실패 넘어 '미국의 짐'된 이라크

입력
2007.03.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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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로 이라크전 개전 4주년을 맞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모습은 국내외 모두에서 그야말로 수렁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부시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는 말로 이라크전에 발목이 잡힌 부시 대통령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5일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는 3,240명이고 9ㆍ11테러 직후 90%까지 치솟았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금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실패는 그 자체도 큰 문제지만 미 국내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는 점에서 이라크전의 악영향은 미국에 치명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 “나에게는 정치적 자산이 있으며 이제부터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껏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이라크전에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고 별로 남은 것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는 물론 사회보장제도 개혁, 불법이민자 문제 해결, 공화당 의회지배의 공고화 등을 자신의 과제로 내세웠지만 그 어느 것 하나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화당의 의회지배를 공고하게 하기는커녕 지난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12년만에 상ㆍ하원 모두의 지배권을 민주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뉴욕대의 폴 라이트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성안시킨 법률안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국내 정책수행이 마비 상태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를 바탕으로 이라크전을 수행하면서 미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도 땅에 떨어진 상태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등 실용주의 세력들이 실점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터프스 대학의 리차드 아이켄버그 교수는 “미국의 국제적 입지는 지금 최하점에 와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 이후 다음 행정부가 그것을 역전시킬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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