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밤거리 총격전, 101세 할머니를 강도… 살인사건 다시 증가세
뉴욕이 다시 위험해지는 것일까.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 때 ‘범죄와의 전쟁’을 거쳐 청정도시로 거듭나는 듯했던 뉴욕시에서 최근 총격살인과 패륜강도 등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쾌적한 ‘빅애플(Big Appleㆍ뉴욕의 애칭)’의 이미지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당장 시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도심 총격전. 14일 밤 9시께 맨해튼 남쪽 뉴욕대(NYU) 주변 그리니치빌리지의 이탈리안 식당에서는 30대 남자가 알프레도 로마로(35)라는 식당 종업원을 총격 살해하고 도주했다.
데이비드 게빈(32)으로 확인된 범인은 도망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자원봉사 경찰 유진 마샬리크(19)와 니컬러스 페케아로(28)에게도 총격을 가해 이들 모두를 숨지게 했다. 범인은 이후 출동한 경찰과 5분 여간 수 십 발의 총격전을 벌인 끝에 사살됐다.
하지만 한 밤의 총격전으로 경찰 다수가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거리는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다. 범인의 가방에서는 다른 총기와 함께 100여발의 실탄이 발견돼 추가 범행 계획까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뉴욕 경찰과 뉴욕시에게 끔찍한 밤이었다”며 “경찰의 용감한 대응이 없었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끔찍한 밤’은 이날 뿐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13일 밤에는 맨해튼 할렘 중심가의 다른 식당에서 범죄 용의자와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 1명이 부상하고 용의자가 사망했다. 같은 날 밤 브루클린 지하철 역에서는 경찰이 괴한의 흉기에 찔려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시민들에게 총격전 보다도 더한 충격과 분노를 일으킨 사건은 4일 퀸즈에서 발생한 ‘할머니 노상강도 사건’이다. 이날 101세인 로즈 모라트 할머니가 교회에 가려고 자신의 아파트를 나오던 중 한 남자가 다가와 할머니가 현관을 나오도록 도와주는 척 하다 순식간에 강도로 돌변, 할머니의 머리채를 잡아챈 후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리고 지갑을 빼앗았다. 놀란 할머니가 지갑으로 손을 뻗자 범인은 다시 주먹을 날려 할머니와 보행기를 땅에 내동댕이쳤다.
결국 할머니는 갖고 있던 33달러와 집 열쇠를 빼앗기고 광대뼈가 부러진 채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동일범이 모라트 할머니에 이어 다른 85세 노파도 마구 때린 뒤 32달러와 결혼반지를 강탈한 것으로 보고 키 177cm 가량의 30대 흑인 남성의 행방을 찾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뉴욕시 살인사건 발생빈도는 93년 줄리아니 전 시장 취임 당시 1,946건에서 2005년엔 63년 이래 최저치인 539건까지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블룸버그 시장의 강력한 총기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다시 596건으로 늘어나는 등 치안이 다소 불안해지는 조짐이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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