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사연령 제한 폐지 잇달아…관광公 경우 신입중 '중고'가 39%
한국전력공사 충북 충주지점 영업과 사원 공종식(36)씨는 ‘늙다리 신입사원’이다. 그는 지난해 5월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신입사원으론 ‘할아버지 나이’인 35세에 한전에 입사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자 동기 김성희(25)씨와는 무려 11살 차이다. 공씨는 16일 “처음 사무실에 들어서니 다들 신임 과장이 온 줄 알고 벌떡 나 민망했다”며 “조카뻘 동기와 동생 또래의 어린 선배들이 또박또박 ‘공종식씨’라고 부를 때도 굉장히 어색했다”고 말했다.
입사 10개월이 지난 그는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다고 한다. 공씨를 껄끄럽게 바라보던 어린 직장 상사들은 이제 업무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퇴근 후 술자리가 있을 땐 스스럼없이 “종식이 형”을 찾는다.
그는 “나이 때문에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까 봐 걱정했다”며 “나이 든 티를 안 내고 업무나 인간 관계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별탈 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30세 이상 ‘중고 신입사원’이 급격히 늘고 있다. 2,3년 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연령제한을 폐지한 기업들이 증가한 때문이다. 30세를 훌쩍 넘겨 들어온 중고 신입사원들은 입사 전에 쌓은 다양한 사회 경험을 앞세워 직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첨병으로 맹활약 중이다.
한국일보 사회부가 취업 연령제한을 폐지한 은행과 공사 등 8개 공기업의 신입사원 연령분포를 조사한 결과, 나이제한을 없애기 전보다 30세 이상 신입사원 비율이 최고 36%포인트 증가했다. 나이제한 폐지 전에 대부분 공기업의 취업 마지노선은 28~30세였다.
2003년 3.0%에 불과했던 한국관광공사의 30세 이상 신입사원 비율은 나이제한을 없앤 2004년 18.0%, 2005년 20.7%에서 2006년 39.3%로 급증했다.
한국토지공사는 1990년대말까지 30세 이상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었지만, 나이제한을 없앤 2005년 16.7%, 2006년엔 13%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는 은행원 출신 50세 남자가 1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
중고 신입사원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 나이에 따른 채용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연령차별금지법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전문기관 인크루트가 상장사 489곳을 조사한 결과, 5곳 중 2곳이 연령제한을 폐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능력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취업 때 나이제한을 두면 인재를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해 사회나 기업에 모두 손해”라며 “나이가 직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연령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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