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중심 전형 이어 고대 합격선 공개 해프닝까지
*교육부 "대학 서열화 부추겨" 간담회 전격 취소도
2008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안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가 전면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엇박자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중심의 전형을 줄기차게 권고했지만,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대는 전형의 비중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두기로 했다.
여기에 일부 대학이 ‘금기’나 마찬가지인 합격 안정권 점수 공개를 선언하면서 갈등은 악화하는 양상이다. 급기야 교육부는 주요 대학 입학처장과의 간담회를 전격 취소했다. 대학측에 던진 경고의 메시지다.
●갈길 가겠다는 고려대
대입 전형안 논란의 시발점은 고려대다.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을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우선 선발제’를 도입키로 한 이후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이 수능을 중시하는 전형을 속속 내놓거나 수능으로 뽑는 선발인원을 대폭 늘렸다. “고려대 이외의 다른 대학들은 내신 전형에 더욱 비중을 둘 것”이라는 교육부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우선 선발제에 이어 한국 학생 대상의 ‘글로버 KU 전형’에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를 전형 요소로 삼기로 해 논란을 가열시킨 고려대는 16일 깜짝 놀랄 계획을 내놓았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날 오전 최근 3년간 모집단위별 합격 안정권 점수를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으나 ‘대학 서열화 조장’ 논란이 가열되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학교 관계자는 “이 달 말이나 늦어도 4월초까지 합격자 중 상위 75%에 해당하는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키로 한 것이지만 내부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일단 철회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측은 “입시학원들이 내는 배치표 상의 점수가 정확하지 않아 매년 수험생들이 학과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왜곡된 배치표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로 대학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공개 내용은 학과별 수능 합격선과 평균 점수, 고교별 합격생수, 취업률 등 입시 관련 자료가 망라됐었다.
●교육부의 반격
수능 중심 전형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고려대측의 합격선 공개 계획으로 연타를 맞은 교육부는 반격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예정됐던 7개대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 간담회를 갑자기 취소했다.
고려ㆍ연세ㆍ성균관ㆍ한양ㆍ서강ㆍ중앙ㆍ이화여대 입학처장들과 만나 내신 중심의 전형 등 대입 전형안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계획을 스스로 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 업무가 바빠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시각이 많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요 대학들을 만나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신 교육부는 주요 대학들의 전형을 샅샅이 훑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 내용 중 현행 고등교육법을 위반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따져 제재하려는 의도다. 특히 고려대 합격선 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대학 서열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는 수능 중심 전형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일부 대학은 “2008 대입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로 재고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신 중심 비중을 높이고 내신 실질반영률도 올려달라는 요구가 뒤따를 전망이다.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의 제재를 우려해 내신 실질반영률을 10%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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