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통섭 / 최재천·주일우 엮음 / 이음 발행·308쪽·1만4,500원
통섭(統攝)이란 낯선 단어가 어느새 지성계의 화두로 우뚝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년 전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번역하면서 ‘지식의 대통합’이란 뜻의 개념어 ‘consilience’를 통섭이라고 풀어낸 바 있다. 하지만 개별 학문의 경계에 놓인 철옹성은 하루 아침에 허물어질 것이 아니다. 이에 학제 간 통합을 꾸준히 모색해온 최 교수와 ‘이음’ 편집동인들이 팔을 걷었다.
이들이 엮은 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통섭의 어제, 오늘, 내일’이다. 지식의 월경을 위해 갖춰야 할 요건들을 역사 속에서 배우자는 취지로, 총 10편의 글이 묶였다. 먼저 ‘통섭을 꿈꿨던 사람들’이란 주제의 4편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박지원·홍대용, 최한기를 다룬다. 조대호 연세대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론에는 각 대상의 고유한 성질을 인정하면서 공통의 논의 지평을 찾는 유연함이 있어 통섭의 아이디어를 얻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19세기 조선 실학자 최한기를 분석한 전용훈 박사는 “총체적 지식체계를 자임한 최한기의 이론은 서양과학에 대한 몰이해 위에 쌓은 사상누각”이라며 독단을 경계한다.
2부 ‘통섭을 꿈꾸는 학문들’에는 몸소 ‘퓨전 학문’을 시도하는 학자들의 글 4편이 담겼다. 경제학에 진화론을 접목시키려는 최정규 경북대 교수는 “진화경제학은 기존의 정태적 균형 분석을 넘어 개체 간 혹은 개체-시스템 간 상호작용을 담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리학과 사회과학을 융합한 네트워크학 선구자 정하웅(KAIST)·강병남(서울대) 교수는 이 신생 학문이 주가 변동 분석, 입소문 마케팅 설계 등 다방면에 응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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