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10·26 때문에 불발된 '시련' 올려
“다들 ‘뮤지컬 쏠림’ 현상을 걱정하잖아요. 제가 그 바람을 부채질했는데, 이번에는 관객에게 ‘연극의 진한 감동’을 알리고 싶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 의 연출가 윤호진(59)이 16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온다. 그의 발길을 돌리게 한 작품은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the crucible)> 이다. 시련(the> 명성황후>
4월 11~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시련> 의 소재는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있었던 ‘마녀 재판’.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미국 전역에 몰아쳤던 매카시즘의 광풍과, 그 안에서 살기 위해 양심을 속여야 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시련>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진은 “1977년 양심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아일랜드> 를 무대에 올렸고 2년 뒤 유신 치하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기 위해 <시련> 을 준비한 적이 있다”며 이 작품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고(故) 이낙훈, 이정길, 최형인씨 등과 함께 공연을 준비했다”며 “그러나 얼마 뒤 10ㆍ26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서 사회성 짙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련> 아일랜드>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 인권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정치 상황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인간 본연의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양심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혁당 사건을 떠올리며 “피해자 가족과 판결을 내린 사람 모두 이 연극을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호진은 “최근 연극이 너무 가벼워지는 것 같아 ‘잃어버린 연극정신’을 되살리려 한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희곡 자체가 주는 충격을 그대로 살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무대와 관객의 교감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세 시간이 넘는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관객이 오롯이 배우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대 장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조명도 자연광에 가깝게 했다. 공연에는 김명수, 이승비, 정동환 등 실력파 중견 배우가 출연해 연기의 힘을 보여줄 예정이다.
윤호진은 “뮤지컬로 수익을 건졌으니 앞으로 한 해에 한 작품씩 연극을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카프카의 <심판> 을 무대에 올릴 계획인데 남들이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진지한 작품이기 때문이란다. 심판>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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