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이 계기가 된'주력산업 위기론'에 관한 논란 과정을 돌이켜보면, 불필요한 소모적 논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력산업에 속한 기업의 CEO 관점에서 '위기'가 아닌 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향후 진로 모색과 재도약 방안에 있어, 몇 가지 핵심 사항이 추가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위기 아닌 때가 별로 없어
우선 최근의 논의에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발전단계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우는 이미 성장단계나 성숙단계에 도달한 산업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글로벌 수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재도약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 정보화에 편승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가전 등 정보통신(IT) 주력산업의 경우도, 국내외 시장포화로 새로운 제품개발과 시장개척 없이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기존의 성장전략이나 사업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시장수요의 변화를 경쟁기업 보다 먼저 파악해야 하고, 남이 미처 생각치 못한 사업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위기의 실체는 기업의 창의성이나 혁신노력의 미흡에 있기 때문에, 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과거와 같이 위기경영에 기초하여 비상수단을 강구하는 땜질식 대응으로는 진정한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인식전환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다음으로는 주력산업의 위기 논란에서 글로벌화와 관련된 위기요인만 강조되고, 기회요인의 활용을 두고 진지한 고민과 전략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주력산업의 위기 논란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것이 중국의 추격과 선진국의 견제다. 주력산업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위협요인이자, 이제 막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우리 주력기업에게는 힘겨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 기업들은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지는 또 다른 축인 글로벌 시장 확충과 목표시장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한ㆍ중ㆍ일 관계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부터 해 볼 일이다. 그 동안 우리 주력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여겨왔던 한ㆍ일 간 무역적자가 2004~6년간의 대중국 흑자확대로 가려지는 듯 했으나, 최근 대중국 흑자감소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 주력산업의 대일의존성 심화나 주력 제품의 저부가가치 구조화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돌파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평가는 수익성 확보에 달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동유럽 등에서 미ㆍ일과 중국을 대체하는 제3, 제4의 시장 확보와 함께, 대일적자를 문제로만 보던 시각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역확대를 통한 주력산업 발전의 궁극적인 평가는 대외거래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가에 두어야지 특정국가와의 무역수지가 적자인가 아닌가로 평가할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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