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 떨리고 언어 장애…중풍으로 오인 많아
업무 스트레스로 피곤함을 느끼던 55세 김모씨.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왼쪽 다리가 부르르 떨리며 보행이 힘들어진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 ‘풍’을 맞았다고 표현하는 뇌졸중이 발병했다고 생각한 김씨는 서둘러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고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증상은 심각해져 갔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뇌졸중의 증상과는 사뭇 다른 근육 경련과 걸음을 걷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지는 사지의 불편함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김씨의 병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우리에게는 떨리는 몸을 이끌고 올림픽 성화봉송을 하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 정도로만 알려진 파킨슨병은 아직 낮선 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15만 명의 환자를 양산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 난치병이다.
병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 병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병을 다스리고 일반인과 가까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유병률이 1%대에 진입한 파킨슨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중풍과 유사한 파킨슨병의 증상
파킨슨병의 증상은 팔, 다리 또는 전신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몸 동작이 느려지고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언어 구사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다양하다.
이러한 파킨슨병은 사실 증상이 중풍, 즉 뇌졸중 등과 비슷해 이들 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환자 스스로 파킨슨병의 진단을 받기 전까지 중풍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도 파킨슨병이 난치병으로 남겨진 이유 중 하나이다.
파킨슨병은 아직 ‘베일’ 속에 가려진 질환이다. 완치 법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도 않았다. 현재까지는 뇌 심부에 위치한 흑질(黑質ㆍ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어 골격근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 이라는 구조물의 특정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 이 줄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전범석 신경과 교수는 “신경세포의 손상 원인, 손상 기전이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아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치료의 전부인 수준이다” 며 “파킨슨병의 발병원인은 노화가 대부분이고 일부 젊은층 환자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조만간 환자의 유전적 특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물복용+수술로 최선의 치료
파킨슨병으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자기공명영상(MRI)나 단일광전자방출단층촬영(SPE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게 우선이다.
병이 중풍, 관절염, 디스크 등이 아닌 파킨슨병으로 확인되면 바로 도파민을 보충하고 신경세포의 파괴를 지연시키는 약제를 처방 받는다.
이 약제는 완치를 목표로 투여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직업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초기 파킨슨병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되도록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는 치료 약제투여가 자제된다.
파킨슨병은 다른 병증과 달리 수술을 통해서도 완벽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전에 수술의 효과,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가족간의 충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수술이 가져올 효과보다 환자가족이 예상하는 효과가 더 클 경우 수술의 의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환자의 뇌 이상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술법이 주로 쓰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비용이 800만~1,000만원 정도로 과거보다 많이 저렴해졌다” 며 “하지만 수술은 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시키는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 수술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ㆍ 서울대병원 이상운동센터
■파킨슨병 환자에게 권하는 걷기 요령
*양 발 사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해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게 하고 걷는다.
*양 손은 자연스럽게 흔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손을 등 뒤에 대고 걷는 것을 피한다.
*넓은 타원을 그리면서 도는 연습을 하며 두 발이 꼬이지 않게 한다.
*첫 발을 넓게 딛으려고 노력한다. 보폭이 좁아지고 다리를 끌면서 걷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보폭을 넓게 해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발이 굳어지는 느낌이 오면 몸을 이완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행진하듯이 숫자를 세며 걷는다.
*신발은 발가락이 나오거나 굽이 높은 것을 피한다.
*시선을 앞에 고정한다.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제공
■파킨슨병이란
주로 진전(震顫ㆍ떨림), 근육의 강직(剛直), 그리고 몸 동작이 느려지는 서동(徐動)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 이 증상들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나타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돼 걸음을 걷기 어렵게 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파킨슨병 수술치료는-뇌심부자극술 많이 시행 3~5년마다 전원장치 교환
파킨슨병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는 ‘히든 카드’가 아니다. 최후의 선택으로 성공하면 병증이 깨끗이 사라지는 다른 수술과 달리 파킨슨병은 수술 이후에도 완치를 담보하지 않아서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이상 신경부위를 파괴하는 고주파 응고술이 주로 쓰였지만 현재는 미세한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뇌 신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뇌심부자극술(DBSㆍDeep Brain Stimulation)이 수술치료로 적용된다.
뇌심부자극술 집도의는 수술에 들어가면 우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환자의 뇌심부와 가까운 두피를 절개하고 바로 두개골에 50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뇌심부에 전극을 심기 위해). 집도의는 이어서 뇌에 심은 전극을 이용해 어떤 부위의 신경회로가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지를 탐지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환자는 머리 부분마취만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는 “두개골 절개 후 전극을 뇌에 삽입하면서 환자의 반응을 직접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게 파킨슨병 수술의 특징” 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파킨슨병 수술실에서는 수술을 받는 환자와 의사가 말을 주고받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진다.
환자의 뇌에는 5개 정도의 전극이 삽입되고 이상 증상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주파수를 나타내는 전극 한 개만을 남기고 이후 제거된다.
이 전극은 가슴에 따로 장착되는 자극발생기(일종의 배터리),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절연선과 함께 체내에 장착되고 수술은 마무리 된다(사진참고). 전체적인 수술과정은 가슴에 자극발생기를 넣는 동안 전신마취를 하는 것 외에는 환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수술 후 자극발생기는 자체 동력으로 전극이 뇌 이상부위에 자극을 주도록 해 떨림 등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해준다. 이로써 환자는 약을 끊지는 못하지만 양을 줄일 수 있고 약의 효과가 최상인 상태에 버금가는 수준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자극발생기는 3~5년이 수명이기 때문에 이 때마다 국소마취를 통해 전원발생장치를 교환하는 수술을 받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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