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에" 노조 가입자 급증-통보받고 반발… 고성 오가기도
서울시가 무능ㆍ불성실 공무원 퇴출 후보 3%를 골라낸 15일. 서울시청 본관과 서소문 별관은 하루종일 초긴장 상태였다. ‘살생부’ 명단 작성을 끝낸 실ㆍ국 책임자들은 대상자에게 통보를 앞두고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고, 직원들은 누가 명단에 포함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통보를 받은 직원의 반발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가 하면 공무원 노조는 대규모 반발집회를 계획하는 등 한동안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날 한 부서에서는 갑자기 집기가 부서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퇴출후보 대상으로 지목된 한 직원이 부당하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앉고 있던 의자를 던져 버린 것이다. 최하위직인 9급으로 시작해 사무관(5급)까지 오른 그는 “감사에서 징계 받은 적도 없이 성실히 일했는데 표창을 주지는 못할 망정 정년 2달을 앞뒀다고 나가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른 동료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의논하고 있던 한 직원은 “사무실 분위기가 완전히 엉망”이라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전출 희망서를 제출한 직원들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전출을 원했지만 다른 부서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하듯 최근 노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평소 1주일에 가입자가 3, 4명에 불과했지만 며칠 전부터 하루에 20~30명씩 노조를 찾고 있다. 노조가입자수는 3,300여명에서 최근 3,500명으로 늘어났다.
퇴출후보를 골라야 하는 과장(4급)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명단 선정의 최종권한은 해당 실ㆍ국장들이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퇴출 후보를 통보해야 하는 험한 일은 과장이 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과장은 부하직원의 얼굴을 보면서 통보할 수 없어서 이메일로 알리기도 했다. 이 과장은 “어떻게 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하루종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전출 대상자 명단은 업무마감시한인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제출되기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실ㆍ국ㆍ본부ㆍ사업소 38개 기관별로 인사 대상자 명단을 모두 제출했다”며 “대상자의 명예훼손을 우려해 일반 전출희망자와 구분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는 16일 새벽까지 직급ㆍ직렬별 인사 대상자 분류와 요건검토를 거쳐 인사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달 6일께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속될 직원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장추진단 구성이 가시화함에 따라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서울시공무원노조는 “퇴출 후보 3% 폐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다음주부터 정시 출ㆍ퇴근 운동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오 시장도 중간평가 받아라’라는 등 분노에 찬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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