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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원류를 찾아서-중국 사찰 순례 / (하) "마음도 형상 없어… 본성은 바로 깨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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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원류를 찾아서-중국 사찰 순례 / (하) "마음도 형상 없어… 본성은 바로 깨우쳐야"

입력
2007.03.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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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혜능이 30년 머문 남화선사…한국불교로 이어진 선종의 요람

*“지혜로써 관조” 현재에도 큰울림

선(禪)은 형상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을 바라보라고 한다.

형상은 당대의 것(순간)에 불과하지만 본질은 한결 같기 때문이다. 앞서 4조 도신(道信ㆍ 580~651)이 ‘나는 구속된 바 없다’고 깨달았듯이, 선(禪)은 ‘내가 있다’는 구속을 넘어 무아(無我)를 통해 공(空)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렇게 된다면 마음이 허공처럼 넓어지고 한계가 없어져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이에 대해 이번 순례를 이끈 고우(古愚) 스님은 “본질을 깨우치는 방법인 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며 “그 뜻을 제대로 잇는다면 진보와 보수, 빈부 같은 시대적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 선종 사찰을 순례하던 중 사조사(四祖寺) 경내 비로탑에서 중국 선불교와 우리나라의 인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탑 안에는 도신의 상(像)이 모셔져 있는데 그 주위에 4대 제자 중 한 분인 신라 출신 법랑(法朗ㆍ632~?)스님의 입상이 함께 있었다.

순례단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넜고 하루에도 10여 시간씩 버스를 타고 달려 이 곳에 도착했지만 1,300여년 전 선인들은 구법(求法)을 위해 두 발에 의지해 이 곳을 찾았을 것이다. 선인들의 고행을 떠올리는 순간 순례단 모두는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조사에서 10여㎞ 떨어진 빙무산(憑茂山)에 다다르니 5조 홍인(弘忍ㆍ594~674)이 6조 혜능(慧能ㆍ638~713)에게 법을 전한 오조사(五祖寺)가 나타났다.

중국 남부 광둥성(廣東省) 출신인 혜능은 우연히 <금강경> 을 접하고, 당시 후베이성(湖北省) 황매산(黃梅山)에서 설법을 펼치던 홍인을 찾아간다.

“남쪽에서 온 오랑캐 주제에 무슨 부처가 된단 말이냐.” (홍인)

“속세에는 남북이 있겠지만 불성(佛性)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혜능)

홍인은 혜능을 시험할 요량으로 우문(愚問)을 던졌으나, 명민한 혜능의 입에서는 현답(賢答)이 나왔다. 이를 통해 홍인은 혜능이 큰 그릇이 될 인물임을 알아챘으나 제자들의 시기가 두려워 방앗간에서 여덟 달 동안 방아를 찧게 한다.

당시 제자 대부분은 홍인의 법통을 신수(神秀ㆍ606~706)라는 제자가 이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오조사는 혜능이 찧었다는 디딜방아를 재현하고 그 위에 신수와 혜능의 게송(揭訟)을 나란히 걸어두었는데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깨우침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몸은 보리수요(身是菩提樹) / 마음은 맑은 거울(心如明鏡臺) / 늘 힘써 닦아(時時勸拂拭) / 티끌이 묻지 않게 하라(勿使有塵埃)’(신수)

‘보리수는 본래 없고(菩提本無樹) / 거울 또한 틀이 아니라네(明鏡亦非臺) / 본래 한 물건도 없었으니(本來無一物) / 어느 곳에 티끌이 있겠는가(何處有塵埃)’(혜능)

신수는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고 거기에 낀 먼지를 부지런히 닦으면 본성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반면, 혜능은 거울로 비유한 마음 자체도 형상이 없기 때문에 바로 깨우쳐야 할 대상 즉 본성 역시 단박에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중국 남부 최대 도시인 광저우(廣州)를 거쳐 광둥성 제2의 도시 샤오관(韶關)을 찾았다. 이 곳에는 이번 순례의 백미인 남화선사(南華禪寺)가 자리하고 있다.

사찰 입구의 ‘조계’(曹溪)라는 현판이 우리나라 불교의 유래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남화선사에는 혜능이 30년 동안 머물며 중국 선종의 본격적인 꽃을 피운 흔적이 많아 수행자와 관광객의 발길을 잦다.

이곳을 찾으면 특히 ‘일화오엽’(一花五葉)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한 송이 꽃(혜능)에서부터 나온 다섯 제자의 가르침이 온 천하를 뒤덮었다는 뜻으로 혜능이 중국 선불교에 끼친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고우 스님은 “혜능은 <육조단경(六祖壇經)> 에서 ‘지혜로써 관조하라’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본질을 볼 수 있으면서 보고 듣고 사고하는 진정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혜는 구름이 그치고 해가 나는 것과 같고, 이는 무아를 통해 공에 이를 때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일상과 사회에 확대 적용해 온갖 구별과 차별에서 비롯된 갈등, 대립,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7일간의 순례를 갈무리했다.

광저우(중국)=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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