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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댄스치료 전도사' 장환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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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댄스치료 전도사' 장환일 교수

입력
2007.03.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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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빙그르 한바퀴 돌면 아픈 마음이 싹~

‘빰빠라 빠라빠라~’ 스피커에서는 지루박 리듬이 흥겹게 흘러 나오고 삼삼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몸을 흔든다.

하나 둘 셋 넷 스텝을 밟는 자세가 제법 무도회장 문턱을 닳게 했을 만하다. 춤판을 벌인 이곳은 놀랍게도 병원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여흥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춤을 추고 있는 무리 중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띈다.

흰 가운을 걸친 채 사람들에게 연신 ‘좀 더 유연하게, 즐겁게’를 주문하고 있는 그는 경희대병원 신경정신과 장환일 교수다. 한국댄스치료학회를 만들어 춤의 치료 효과를 설파하고 다니는 ‘춤 바람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를 이번 주 프리가 만났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켜켜이 쌓여 있는 손 때 묻은 의학서적 사이로 초로의 의사가 악수를 건넨다. 장환일 교수다. 1942년 11월 생이니 만 64세, 교수로서도 이제 정년을 맞은 나이이지만 의외로 젊다. 역시 댄스의 효과일까. 비결을 물어보자는 심정으로 연구실 한쪽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뭐 댄스치료사도 아니고, 그냥 댄스가 사람 몸에 어떻게 좋은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뿐인데….” 댄스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어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자 뚱한 대답이 곧바로 돌아온다.

이건 아니다 싶어 댄스가 어디에 좋은지 물었다. “유산소 운동인데다 싫증 나지 않으면서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간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죠.

미국 노화학회에서 ‘율동과 리듬이 있는 운동이 좋다’고 권장했는데 그게 바로 댄스입니다”라며 운동효과를 설명한다.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높게 쳐들었다.

정신장애 환자들은 혼란과 정서적인 메마름이 문제가 되는데 댄스로 즐거움을 느끼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시 댄스 전도사답게 그 효과를 칭찬하느라 입에 침이 마른다.

댄스치료사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는 댄스계 ‘중견’이다. 취미이기도 하려니와 건강을 위해 댄스를 배운지 어언 8년이다. 장 교수가 마음 놓고 댄스를 시작한 것은 부인 유재옥(59)씨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 댄스 교습을 시작할 때부터 짬짬이 연습을 할 때 부인은 항상 그의 스텝과 함께 했다.

댄스 사랑은 자식들에게도 전달돼 이들 부부는 짬이 날 때마다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아들에게 댄스계 입문을 권한다.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같이한다고 하면 금실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텝 한 번 엉켜 봐, ‘내가 잘했네, 네가 잘못했네’ 하면서 자주 다퉈.” 티격태격하면서 60대 노부부답지 않은 사랑싸움을 과시하는 그는 슬며시 컴퓨터 모니터를 기자에게 보여준다. 장 교수와 부인이 멋진 포즈로 한 곡 추고 있는 사진이다.

워낙 댄스를 스포츠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연습을 카바레나 스탠드 바에서 하느냐는 질문에 표정이 좋지 않다. “예전에는 춤바람이라고 해서 어두운 곳에서 낯선 남녀가 만나 춤을 추는 것만 생각했지만 요즘은 밝은 분위기에서 건전하게 즐기는 ‘운동’이다”고 강조해 말한다. 단, “제대로만 배우면”이라는 조건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일종의 ‘댄스계’ 모임을 갖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강사를 초빙해 90분간 교습을 받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모여 실습을 한다. 장소는 집이나 댄스학원 등 발 디딜 곳만 있으면 된다.

8년간의 쉼 없는 연습은 그를 춤꾼으로 만들었다. “모던댄스 5가지 라틴댄스 5가지, 그밖에 살사 블루스 지루박 등 사교댄스가 주 종목인데 오랫동안 연습해서 그런지 모던에선 왈츠, 라틴에선 룸바나 차차차가 좀 자신 있네요.”

다양한 종목을 연습하다 보니 그에게는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댄스를 치료에 접목하자는 것. ‘A병에는 살사, B병에는 왈츠’라는 식의 처방전을 만들고자 한다.

그의 꿈은 정신과 교수이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맡은 그의 전력 덕에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댄스치료학회 명패 아래 모인 40여 명의 의사들, 20여 명의 무용가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병이 있다고 해도 즐거우면 병이 없어지는 법이지요. 춤에 몰두하다 보면 골치 아픈 일들은 곧 사라집니다. 몸을 지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죠. 정신과 신체를 함께 건강하게 하는 운동, 기자 선생도 한번 시작해보세요.”

요즘 직장생활에 머리도 아픈데 문화센터를 찾아 춤바람 한 번 나볼까.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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