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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도토리묵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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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도토리묵밥

입력
2007.03.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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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에 노란 조밥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네

요즘 나는 인테리어 사무실 오픈을 준비하느라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 북악산 끝자락에 공기 좋고 전망 좋은 것만 보고 공사를 막무가내로 진행했더니, 잡지 촬영 스케줄과 겹쳐 몸이 지칠 대로 지쳐 감기에 폭~ 걸려버렸다.

비 오는 날에는 칼국수나 부침개가 먹고 싶고 추운 날엔 오뎅 국물을 뜨끈하게 먹어주면 좋겠다 싶은데, 사실 몸이 지치고 힘들면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던 묵밥에 조밥을 뜨끈하게 말아 푹푹 떠먹으면 좋겠다 싶다.

자그마한 견과 중 하나인 도토리. 도토리의 속살로 만든 도토리묵은 오래 전부터 구황식으로 이용되었다고 하고, 우리들도 도토리묵이라 하여 종종 반찬으로 등장시키는 음식이다.

요즘에는 이 도토리의 아콘산 성분이 중금속 해독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식재료로 부상했고, 또 칼로리가 낮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살 안 찌고 몸 안에 독소를 빼내어 준다니 얼마나 좋으랴.

여기에 더해 맛도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싱그러운 봄을 맞아 채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입맛 확 당기는 도토리묵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친정엄마의 음식 솜씨는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뭐, 사실 아주 훌륭하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이 음식 저 음식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만들어 내는 재주를 지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중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도토리묵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 산에 가서 도토리를 주워 와 묵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아마 어린 나이에도 나는 그게 마냥 신기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귀찮으면서 고된 작업이었을 터인데. 어찌 되었건 요즘에도 친정엄마는 도토리를 가지고 만들지는 못하지만 도토리 가루를 우리고 앙금을 모아서 끓여내고, 식히고, 굳히는 과정을 거쳐 도토리 묵을 만들어 내신다.

이렇게 집에서 직접 만든 도토리묵은 아무 맛 없이 물컹 씹히는 그런 성의 없는 묵이 아니라, 흐드러지지도 않으면서 쫀쫀하고 도토리의 진한 맛이 밀도 있게 촘촘히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묵은 힘겹게 쑤고 나면 너무 묽거나 되기 일쑤인데, 어쩜 이리도 쫀쫀하게 묵을 잘 쑤셨는지. 이렇게 묵을 쑤고 나면 항상 해주시는 것이 묵밥에 도토리묵무침이었다.

묵밥을 만들자면 국물을 우려내야 한다. 국물을 우리는 방법은 이것저것 많으나 친정엄마 식으로 만들자면 멸치, 다시마, 양파를 넣고 푹 끓이다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이때 진하게 오래 끓여내는 것이 포인트. 육수가 만들어지면 도토리묵을 얇게 채를 썰어 따뜻한 물에 토렴을 해준다. 거기에 신김치를 꺼내 송송 썰어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내고 버섯, 쑥갓, 깨, 계란 지단 등을 얌전히 올려놓은 다음 진하게 우려낸 육수를 부어 노란 조밥을 말아내면 그 유명한 따끈한 도토리묵밥이 된다.

기호에 따라 육수를 식혀 얼음을 같이 띄워내 시원한 묵밥을 먹어도 좋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면서 급하게 손님이 왔을 때 요긴하게 낼 수 있는 요리이다.

묵밥에 신선한 채소와 함께 고소하게 무쳐낸 도토리묵무침을 곁들이면 더없이 좋다.

사실 친정엄마 식으로 하자면 도토리묵과 야채를 참기름에 버무려 맛을 내지만, 예전에 한 한정식 카페에서 먹은 도토리묵무침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나는 들기름에 무쳐내려 한다. 이 집은 전체적으로 모든 양념에 들깨와 들깨기름을 사용하여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도토리묵의 본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거기에 진한 향이 더해진다.

물론 시골에서 막 짜서 올라온 들기름이라면 너무나 좋겠지만, 만약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들깨를 믹서에 갈아 들기름과 섞어 사용하면 그나마 지금 막 짜 올린 기름처럼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 채소들은 너무 쓴맛을 내는 것은 삼가고 달달한 채소 위주로 무침을 하면 묵의 맛을 더욱 살릴 수 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입에 달게 되는 것이 ‘입맛이 없다’는 말이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기 마련. 이럴 때일수록 상큼하고 신선한 채소와 함께 영양 만점인 도토리묵을 함께하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않을까.

▦ 도토리 묵밥

도토리묵 1개, 신김치 200g, 버섯 100g, 쑥갓 100g, 계란 지단, 조밥 2~3공기

육수: 물 2ℓ, 다시마 10cm 1장, 멸치 20g, 양파 1개

양념장: 간장 5큰술, 설탕 3큰술, 들기름 1작은술, 다진 쪽파 조금, 고춧가루 1큰술, 정종 1작은술

육수 & 양념장 만들기

육수 재료를 넣어 20~30분 가량 끓여 진하게 우려낸다.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어 준비한다.

밑재료 준비하기

도토리묵은 손가락 굵기로 채 친 후 따뜻한 물에 살짝 담가준다.

버섯은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주고 계란은 지단을 만들어 채 친다.

신김치는 총총 썰어 들기름과 설탕을 조금 넣어 조물조물 무쳐 준비한다.

담아내기

큰 그릇에 조밥을 깔고 그 위에 도토리묵을 올린다. 신김치, 버섯, 쑥갓, 지단을 올려 낸 후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 도토리묵 무침

도토리묵 1개, 치커리와 상추 등 갖은 채소 300g

양념장: 간장 5큰술, 설탕 3큰술, 들기름 1작은술, 간 들깨 1작은술, 다진 쪽파 조금, 고춧가루 1큰술, 정종 1작은술

밑재료 준비하기

도토리묵은 찬물에 한번 씻어 3 X 4cm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치커리와 상추 등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낸 후 먹기 좋게 썬다.

양념장 준비하기

일단, 들깨를 믹서에 갈아 가루를 만든다.

나머지 양념장 재료와 함께 들깨 가루를 섞어준다.

담아내기

접시 바닥에 도토리묵을 둘러 담고 그 위에 채소를 풍성하게 올린다.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끼얹고 들깨를 조금 뿌려준다.

김상영 푸드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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