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KT와 SK텔레콤 등 선발업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통신규제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소비자들에겐 요금인하 등 후생확대가 예상되지만 통신업계의 사활을 건 무한 서비스 경쟁 속에 대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유효경쟁정책 포기
그동안 정통부는 후발 사업자 보호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규제를 가하는 이른바 ‘유효경쟁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통신사간 균형발전엔 기여했음에도 불구,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다양한 상품선택 및 요금인하 같은 이용자의 혜택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통부는 유선 및 무선, 초고속인터넷 등을 모두 ‘전송’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 3분기중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정통부의 정책방향을 사실상 유효경쟁정책 포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간통신사업자는 과거처럼 유선, 무선,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별로 정통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각종 통신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유선사업자인 KT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무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경쟁에 따른 품질향상과 요금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허용된 KT와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허용이다.
그 동안 두 업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사실상 결합상품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7월부터는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2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상품이 허용된다.
이미 하나로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은 각각의 서비스를 따로 이용하는 것보다 20% 이상 요금이 저렴한 ‘하나세트’ 등 결합상품을 내놓은 상태. 뒤늦게 뛰어드는 KT와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의 요금할인폭을 늘릴 수 밖에 없다.
◆통신사간 합종연횡 활발해질 듯
아울러 결합상품 판매를 위한 통신사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KT의 경우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회사인 KTF를,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인수는 아니더라도 전략적 제휴가능성은 충분히 점쳐지고 있다.
KT의 초고속인터넷 요금도 신고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어서 확정될 경우 초고속인터넷 업계에도 가격경쟁 바람이 예상된다.
그 동안 KT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요금조정시 정통부 인가를 받아야 했는데 향후 신고제로 전환되면 이 같은 족쇄가 풀려 경쟁사들과 가격인하경쟁이 가능하다.
기존 전화번호를 인터넷전화번호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도 이용자들의 통신료 경감에 일조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전화 보급의 걸림돌은 ‘070’으로 시작하는 별도의 번호체계였다.
3분기중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으로 기존 유선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시외 및 국제전화 사용량이 많은 가정이나 기업들은 상당한 통신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성 제도가 도입되면 KT 독점체제인 유선전화 시장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번호이동을 위한 설비가 완료되는 대로 3분기중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휴대폰 보조금은 결국 내년 3월 사라지게 됐다. 특히 다음달 말부터 기존 보조금 외에 추가로 제품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돼 재고가 많은 제품은 합법적으로 ‘공짜폰’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다.
◆후발사업자, 보호막 사라져 비상
이 같은 유효경쟁정책 포기에 따른 통신규제 완화정책은 이용자의 통신료 부담 인하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평가다.
정통부 관계자는 “새 통신정책은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통신료부담을 덜어주는게 목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업체의 매출감소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후생 효과를 위해 규제완화로 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유효경쟁정책으로 상대적 혜택을 누려왔던 LG텔레콤이나 하나로텔레콤 같은 통신 사업자들은 보호막 폐지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LG텔레콤이 이날 “이번 정책으로 (SK텔레콤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의 고객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며 현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완화는 분명 시기상조”라고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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