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위반 안해도 기대이익 못 미치면 제소…한국 농업분야 피해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이익이 못미친다고 판단하면 상대 국가에 소송을 낼 수 있는 ‘비위반제소’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비위반 제소’란 당사국이 협정문의 구체적인 조항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협정에 따른 기대이익을 무효화 또는 침해하는 조치를 했을 경우 국가가 기업 등을 대신해서 상대국가에 국제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15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농업, 상품, 섬유, 서비스, 정부조달, 원산지 등 6개 분야에서 비위반제소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분야도 추가로 비위반제소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 분야 등에서 비위반 제소를 인정할 경우, 정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지원방법으로 내놓을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을 미국이 소송을 통해 무력화 시킬 수도 있게 된다. 범국본은 구체적으로 농업 보조금ㆍ부담금ㆍ조세감면조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이 무력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미 제약회사의 신약을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 목록(포지티브 리스트)에 등재하지 않을 경우나, 목록에 들어가더라도 책정된 약값이 평균 약값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의 건강보험에 대해 소송을 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위반제소는 ‘기대이익 침해’라는 문구의 불확실성 때문에 한미FTA 협정이 체결되면 남용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농업과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한국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협상의제에서 삭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협상단측은 그러나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에서도 모두 도입했었다”며 “비위반 제소는 침해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워 크게 의미가 없는 제도로서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3건이 제소됐으나 승소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