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담합조사 공조 검토 출총제 추진은 경험부족 탓"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교수 출신답게 공정위 관련 기사 하나하나를 채점하듯 품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논리성을 갖추지 못하고 재계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사가 눈에 띄면 "선진화된 시장경제로 가지 말라는 것이냐"며 "기자에게 공부 좀 더 시켜야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취임 후 외부 공정거래법 강연을 즐겨 나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똑같이 잘 커나가 그 열매를 소비자가 따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권 위원장이 16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권 위원장은 1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장기 과제임을 전제로 공정위의 체제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상임 위원은 별도 자기 일을 하면서 그 많은 조사자료를 보는데도 수당 좀 받는 수준이다"며 "현재 비상임 위원 4명을 상임위원 2명으로 전환하고, 차관급으로 격상된 7명 상임위원 체제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 정도로의 위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격ㆍ시장분할과 같은 경성(硬性) 카르텔(담합) 사건 등에 대해서는 조사단계부터 검찰과 공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제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증거확보가 어려운 카르텔 사건은 검찰의 협조가 요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로 검찰 내 경쟁국을 설립하는 등의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 확보를 들었다.
공정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권 위원장은 "공정위를 행정기관으로 보느냐, 준사법기구로 보느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강제조사권 도입이 법무부 등의 제동으로 번번히 좌절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최근 도입을 추진했다가 좌절된 봉인조치권에 대해서도 "조사관이 업체에서 필요한 서류를 챙겨놓고 있는데, 사장이 차나 한잔 하자고 해서 갔다 와보니 자료가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며 그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정위는 현재 과징금 체계 개편을 주요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과징금 액수 산정이 조금 잘못돼서 패소판결이 나면 무척 억울하다"며 "현재 매출액의 몇 %로 되어 있는 과징금 산정을 '부당이익+α'형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징금 산정을 합리화한다고 하니까 과징금을 깎아주겠다는 걸로 오해를 하던데, 깎을 건 깎고 늘릴 건 늘리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재벌기업의 순환출자 금지 추진이 좌절된 데 대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행정경험 없는 무모한 학자 출신이니까 그렇게 추진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지불한 코스트(비용)에 비해 얻은 것을 무엇인지 생각하면 지혜롭지 못했다는 반성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래도 출총제 폐지 분위기를 순환출자 폐해 문제로 돌려놓은 것은 잘한 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글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