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지과학에 미래 달렸다 / <下> 제품 상용화 추진 삼성종합기술원 가보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지과학에 미래 달렸다 / <下> 제품 상용화 추진 삼성종합기술원 가보니

입력
2007.03.15 23:36
0 0

*"얼굴 인식 중입니다 뚜뚜… 김 부장 맞으시군요"

*특징 찾아 대상 파악…음성·동작 인식 제품도

*"실수 잦고 조작 불편해" 시장반응은 아직 썰렁

생소하지만 인지과학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현재 상용화된 제품을 통해 생활의 한 토막을 들여다보자.

#1. 점심 먹었더니 나른하네. 휴대폰 게임하면서 음악이나 들을까. 게임모드로 전환한 뒤 휴대폰을 흔들자, 화면 속 주사위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구른다. 이젠 MP3플레이어를 들어 허공에 ‘P’자(PLAY)를 만들었다. 음악이 나온다. 리듬에 맞춰 MP3를 흔들었더니 ‘툭~ 탁’ 비트박스까지 추가된다. 아차! 노느라 거래처에 전화해야 하는 것도 잊었네. 휴대폰으로 ‘3’자(단축키 3번)를 그리자 전화가 연결된다. -동작인식

#2. 기계가 전화를 받는다. “김인지 부장”이라고 말하자 기계가 묻는다. “김/인/지/부장/ 맞습니까.” “네” 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귀에 익은 김 부장 목소리가 들린다. 만날 약속을 하고 승용차에 오른다. 위치가 헷갈린다. 내비게이션에게 묻는다. “한국일보.” 내비게이션이 대답을 하더니 곧 위치정보를 화면에 띄운다.-음성인식

경기 용인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함께 국내 인지과학연구의 또 다른 메카다. 이곳에선 1,000여명의 연구인력들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인지과학의 연구성과를 휴대폰. MP3플레이어, TV, 청소기 등 모든 전자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이 연구하고 있는 인지과학 분야는 동작인식, 음성인식, 터치인식, 위치인식, 얼굴인식 5가지다.

동작인식은 기계가 인간의 동작을 알아보고 그에 걸맞게 반응하는 기술이다. 기울임과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휴대폰, MP3플레이어는 2005년부터 나왔다. 최근엔 숫자와 알파벳 등 간단한 제스처를 인지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공간에 그린 숫자를 인식(단축다이얼)하는 휴대폰과, 손으로 그린 P(PLAY), S(STOP), F(FM 라디오)를 알아보는 MP3플레이도 있다.

음성인식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자동응답 전화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르노삼성 SM7에 텔레매틱스 음성인식이 적용됐다. 버튼 조작 없이 목적지를 말하면 길을 찾아준다. 성공률 95% 이상이다. 최근엔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장착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터치인식: 버튼을 없애고 물체를 잡는 손의 모양을 인지해 각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기술이다. 같은 휴대폰이더라도 사진을 찍을 때, 전화를 걸 때,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의 파지(把指)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터치인식 휴대폰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밖에 스스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가는 명품청소로봇(위치인식)과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무작위 영상에서 특정한 인물을 찾아주는 얼굴인식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런 신기한 인지과학 제품의 등장에도 불구, 시장반응은 아직 밋밋하다.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야 연구활동도 탄력을 받을 텐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미래산업을 책임질 인지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몇 가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람들은 기계에 대해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매정하다. 어설프게 인지과학을 적용한 제품은 오히려 외면 받는다. 그래서 각 분야 연구원들의 최대 과제도 ‘인식률 100% 달성’이다. 조정미 음성인식 담당 전문연구원은 “인간과 기계의 대화가 궁극의 목표지만 인간 음성의 패턴을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동작인식 휴대폰은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잠시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방원철 동작인식 담당 전문연구원은 “동작만으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건 분명 파격이지만 버튼조작에 익숙했던 고정관념을 깨기가 힘들었고 제스처로 단축키를 외워야 하는 불편까지 낳았다”고 했다. 장욱 터치인식 전문연구원은 “다양한 언어가 있는 것처럼 제스처와 동작도 사람마다 달라 이를 규격화하는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인지과학은 기술적 발전 자체보다 사용자 입장에서 편의성을 보강하는데 그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용인=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