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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빙속 세계新 이강석·원조 스타 이영하-한 맺힌 총알 1탄 "2탄아!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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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빙속 세계新 이강석·원조 스타 이영하-한 맺힌 총알 1탄 "2탄아! 달려라"

입력
2007.03.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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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서 부상 좌절 선배의 꿈 후배가…"꼭 소원 풀어다오"… "염려 하지 마세요"

“(이)강석아,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야 한다!”

손에 잡힐 듯 보였던 금메달을 놓친 기분은 어떨까. 과거의 스타였던 대선배는 현재의 스타인 후배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랬다. 겨울스포츠의 꽃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지난 1980년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이영하(51) 전 국가대표 감독. 그는 15일 막내아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빙상탄환’ 이강석(22ㆍ의정부시청)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강석이가 지난 10일 500m 세계신기록(34초25)을 세울 때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이 짜릿했습니다. 우리 빙상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강석이가 제가 못 이룬 꿈을 꼭 성취하길 바랍니다.” 대선배의 칭찬에 이강석은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쇼트트랙에 뺏긴 인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낼게요.”

이영하는 197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해 세계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동양인은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가 필요한 500m에서 절대 우승할 수 없다’던 속설도 깨졌다. 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 앞서 벌어진 프레올림픽에서 38초57을 기록한 이영하는 전설적인 스타 에릭 하이든(미국)보다 0.20초나 빨랐다.

그러나 한국인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불의의 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500m 결승에 앞서 연습하던 이영하는 동료 이남순과의 충돌을 피하다 코를 크게 다쳤다. 쌍코피가 터져 퉁퉁 부은 코를 부여잡고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과는 10위. 당시 2인자였던 하이든은 이영하의 부상 덕분에 500m 금메달과 함께 전무후무한 전종목 우승(5관왕)의 신화를 썼다.

가슴에 묻어둔 27년 전 사연을 꺼낸 이유가 궁금했다. 이영하 감독은 “어이없는 사고로 꿈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운이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강석이는 저와 같은 불운을 겪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배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강석은 “지금까지 단맛을 봤다면 쓴맛을 볼 때가 오겠죠. 언제나 최고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라며 다부지게 말했다.

이강석의 얼굴을 살펴보니 흉터가 많았다. 오른쪽 입술 끝, 아랫입술 아래, 오른 눈썹 위 등등. “왜 이리 상처가 많냐”고 물었더니 “제가 좀 부잡스러워요”라며 껄껄 웃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스케이트 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이다. 탄탄한 하체와 울퉁불퉁한 상체 대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리호리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해요. 체격조건이 뒤지면 기술에서라도 앞서야 하잖아요.” 이강석은 한국체대에 입학한 2003년 가을에야 비로소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겨울에 처음 출전한 월드컵 성적은 24위. 당시 동갑내기 가토 조지(일본)의 스케이팅을 보고서 “야, 정말 잘 탄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때부터 이강석은 가토의 스케이팅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꿈을 키웠다.

이강석이 정상에 오르는 데는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토가 2005년에 세운 세계기록(34초30)을 지난 10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갈아치운 이강석은 이제 자신의 동영상을 본다.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스케이트를) 정말 잘 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동영상을 보니까 상체가 좌우로 흔들리고, 하체 중심이동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제가 가토를 보면서 최고가 됐듯이 저를 목표로 성장하는 선수가 많겠죠. 이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대전 남선체육관에서 빙상 꿈나무를 지도하고 있는 이영하 감독은 이강석의 등을 두드리며 “혹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대선배와의 짧은 만남을 마친 이강석은 “이제부터 시작인 걸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라며 태릉선수촌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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