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있을 때, 내 휴대전화로 문자가 한 통 왔다. 오빠, 안녕. 연락도 통 없네. 보고 싶은데, 이거 보면 문자 좀 줘요. 내가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에서 발송된 그 짧은 문자는, 평온했던 한 부부의 저녁시간을, 순간 위기에 빠뜨리게 했다.
곁눈질로 내 문자를 엿보던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개수대로 가 설거지에 열중했지만, 그게 뭐 어디 좋은 심사여서 그랬겠는가.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한 속이었다.
괜스레 당황한 나는 문자를 발송한 전화번호에 누구시죠, 라는 문자를 보냈고, 답문이 오기도 전에 그 쪽으로 전화를 걸어 상대를 확인하려 했다(물론 아내 앞에서). 하지만 통화는 쉬이 되지 않았다.
아내의 설거지 사운드는 점점 더 박력 있게 변해갔고, 나는 그 앞에서 무고한 여러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다시 문자가 온 것은 아내의 설거지가 끝날 때쯤이었다.
전에 문자 친구하자 했던 오빠 아닌가? 아님, 미안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랑 문자팅 할래요? 걸어보지 않아도 뻔한 스팸문자였다.
그 스팸문자에 속아 받지 않아도 될 벌을 받은 기분이었다. 해서, 나는 그 번호로 답문을 보냈다. 어이, 친구. 나, 그 오빠 아닐세. 사실은 나 언니야. 그러자 더 이상 문자는 오지 않았다. 이런 편협한 친구 같으니라고.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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