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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명동의 새 명소…속옷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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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명동의 새 명소…속옷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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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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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구경하러 놀러와~" 명동1번가는 변신 중

봄빛이 완연한 13일 오후 명동거리. 20대 초반 여성 두 명이 팔짱을 낀 채 속옷 매장에 들어선다.

마침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 둔 날, 체리가 그려진 커플 속옷 세트를 골라 들고 깔깔 거리던 그녀들, 냉큼 판매대 옆에 있는 자수 프린트 매대에 다가선다. 원형의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색상과 내용별로 구분돼 담겨있는 자수 프린트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서 프린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

개당 800원 짜리 자수 프린트 몇 개만 사면 3,000원짜리 팬티 값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지만 이미 놀이에 빠진 그녀들은 아랑곳없다. 노란색 말풍선 안에 ‘바람 피지 마’라고 자수가 놓인 프린트를 집어 들고서 하는 말, “재미 있잖아요!”

서울 명동의 이른바 먹자골목이 속옷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명동의 터줏대감 격인 금강제화 앞길, 중앙통에서 한 블록 아래쪽 소위 ‘명동 1번가’로 불리는 곳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른쪽으로는 떡볶이며 순대볶음 좌판이 줄줄이 이어져있는 이 곳에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펀(funㆍ재미) 컨셉트의 속옷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맨처음 감성내의 브랜드 ‘예스’ 매장이 자리를 튼 것이 5년 전이다. 중저가브랜드 ‘바디팝’이 1년 전에 바로 맞은 편에 매장을 냈고 그 뒤로 ‘더데이 이너웨어’,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 ‘마루 이너웨어’, ‘나일론’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섰다. 1번가와 중앙통을 잇는 통로에는 일본 직수입 브랜드 ‘로리안 미르’가 지난 해 8월 오픈했고, 중앙통에는 ‘섹시 쿠키’ ‘에블린’이 문을 열었다.

이밖에도 중앙통에서 한 블록 뒤 명동 2번가에는 역시 일본 직수입브랜드 ‘에메필’을 비롯 ‘댑’, ‘헌트이너웨어’ 등이 1번가의 변신에 동참하는 추세다.

명동 1번가를 중심으로 한 이들 매장은 일반적인 속옷 매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분홍 하트 풍선이 매장 안에 떠다니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 쿠션이나 앙증맞은 땡땡이 무늬 슬리퍼, 색색의 헤어밴드와 액세서리들이 사탕 모양으로 포장된 속옷과 함께 진열돼 있다.

매장 입구에는 대형 팬시점에서 흔히 보는 쇼핑 바구니가 차곡차곡 쌓여있고 계산대 옆에는 초콜릿 땅콩 디스펜서가 입안의 심심풀이용으로 신세대들을 유혹한다. 쇼핑을 하다가 지치면 쉬어가라고 매장 안에 간단한 음료를 무료 서비스하는 라운지를 꾸민 곳도 있다. 굳이 사지않더라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와 휴식이 있는 곳, 속옷 거리 명동 1번가의 모습이다.

회사원 이진희씨는 “얼마 전 중학생인 조카에게 ‘친구들과 함께 명동에 속옷 사러 간다’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엔 무조건 엄마가 사다주는 속옷 입었는데 요즘은 청소년들도 놀이동산 가듯이 속옷 매장에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남녀 구분이 따로 없는 것도 특징이다. 먹자골목에 맨 처음 자리를 튼 ‘예스’ 직영점 김정원 매니저는 “주말이면 거의 커플 손님들”이라며 “남자들도 쑥스러워 하기는 커녕 서로 옷도 골라주고 쿠션이나 양말 잠옷 같은 구색 상품들도 구경하면서 같이 노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명동 1번지가 펀(fun)을 주제로 한 속옷거리로 변모하는 데는 명동 상권이 10대후반 20대 초반 젊은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성(性)에 대한 개방적 사고가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스의 명동 매장은 중고등학생들이 매출에 기여하는 폭이 30~40%에 이른다.

김정원 매니저는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과는 달리 속옷을 은밀한 어떤 것, 겉옷 속에 감춰두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바디팝 영업부 전희수 팀장은 “전국 30여개 매장중 명동점 매출이 월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좋다”면서 “속옷을 일종의 패션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쾌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매장이 인기를 얻는 추세인데다, 명동 1번지가 속옷거리로 집적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한다.

얇아지는 봄 옷 차림에 맞춰 속옷을 장만하러 나왔다는 안수진(27ㆍ회사원)씨는 “친한 친구들 끼리는 명동 어디에 가면 가슴이 3배로 커지는 브라가 있다느니, 커플속옷이 섹시하다느니 하는 정보 교환을 즐긴다”고 귀띔했다. (속옷 만 아니라) 침실에서 신는 슬리퍼나 밤에 끌어안고 자는 인형, 간단한 욕실용품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보는 재미랑 똑같아요. 근데 속옷 매장은 더 귀엽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매장이 한 군데 모여있으니까 (속옷 살 때면) 으레 ‘명동 가자’ 하는거죠.”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명동 속옷거리-왜 인기 끄나, 나만의 팬티·브라 "눈이 즐거워"

‘값은 낮추고, 재미는 올리고’- 명동 속옷거리 일대 내의 브랜드들의 좌우명이다. 패션 속옷에 관심 많고, 매장 안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아기자기한 물건 구경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다.

㈜좋은사람들 마케팅팀 강철석 팀장은 “속옷 매장에서 속옷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섹시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중심으로 주력 상품인 속옷은 물론 선물용 팬시 상품을 수시로 바꿔주면서 늘 새롭고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품들은 DIY(Do It Yourself) 개념을 채용한 것들이다. 바디팝은 ‘직접 디자인해 입는 속옷’이라는 주제 아래 색색의 브래지어 컵과 끈을 별도로 판매한다. 브래지어 끈을 겉으로 드러나게 연출하는 유행 추종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소비자는 취향에 따라 직접 컵과 끈의 색상과 무늬를 선택해 개성적으로 조합, 나만의 브래지어를 즉석에서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예스는 자수 프린트 서비스로 대박을 터트렸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모모한 ‘데이’ 최고의 미끼상품. ‘생일 축하해’를 영문으로 자수한 프린트를 달면 보통 5개가 필요해 자수 가격만 4,800원 상당으로 가격으로도 웬만한 팬티 한 장 값을 훌쩍 넘어간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이지만 유머러스한 감각 탓에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세탁기 모양의 박스 안에서 빼낸 속옷들이 줄줄이 빨래 줄에 널린듯한 모양으로 펼쳐지는 캘린더나 제품 카달로그를 겸한 트럼프 카드 등은 속옷 가게에서 찾아낸 이색적인 선물용품으로 인기다.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히프 워머, 찜질방 갈 때 들면 좋을 듯한 폴리 소재 가방류, 모자와 벨트, 열쇠고리, 주먹안에 쏙 들어가는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든 패션 브라끈들은 기껏해야 3,000~5,000원 정도로 쇼핑의 재미를 쏠쏠하게 더한다. 화장품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립글로스와 립스틱류를 전시판매하는 곳도 있다.

섹시 쿠키는 매장을 공주병 환자의 침실처럼 꾸몄다. 분홍색 벽면에 검은색 물감으로 하이힐이나 마술 거울, 유럽식 의자 등의 일러스트로 장식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나르시스트적인 상상력을 부추긴다.

물론 2층 매장은 없다. 매장 한 켠 화장대위에는 란제리 차림과 잘 어울릴 법한 목걸이와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진열했다.

여성의 상체를 모티프로 한 깜찍한 가방도 선보인다. 경력 10년차라는 매니저 이혜진씨는 “섹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 연출을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공주의 침실 같은 사적인 느낌이 강해서인지 가터벨트나 뷔스티에(가슴부터 허리쪽까지 내려온 몸매 보정용 속옷) 같은 대담한 상품들을 거리낌없이 도전하는 고객이 많다”고 소개한다.

일본 직수입 브랜드 로리안 미르는 아기 주먹만한 초미니 브라 팬티 모형 장식품이나 프릴이 잔뜩 달린 앞치마 스타일의 란제리를 전시하고, 2층 매장 한쪽을 고객을 위한 쉼터 공간으로 꾸몄다. 분홍색으로 벽을 빙 둘러가며 마련한 붙박이 책상에 투명한 아크릴 의자를 놓고 일본 잡지와 카다로그를 구비, 쇼핑객들이 잠시 쉬면서 대화도 나누고 구경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바디팝 영업부 전희수 팀장은 “대부분의 패션내의 브랜드들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을 겨냥해 가격은 끌어 내리되 매출을 높이기 위해 재미는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의류는 입어보면 자신의 몸에 맞는지 아닌지 바로 나오기 때문에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로열티가 강하다”면서 “패션내의 브랜드들이 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금의 젊은 소비자들이 평생 고객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속옷가게 좌우명- '재미있어야 산다'

명동의 속옷거리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워낙 현란하기 때문이다. 밸런타인과 화이트데이 시즌에는 온통 분홍이나 하얀색으로 도배되는 것은 부지기수.

일반 의류매장이 봄 가을로 1,2차례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데 비해 패션속옷 브랜드는 밸런타인데이, 봄, 감사의 달, 여름, 가을, 크리스마스 등이 기본으로 연간 최소 6번이니 두 달에 한 번 꼴은 매장을 확 엎는 셈이다. 업계 속설이 ‘명동에서는 물건 출시한 지 한 달 만 지나도 구식 소리 듣기 십상’이다 보니 그만큼 상품회전은 물론 매장 꾸밈도 자주 바뀐다.

“흥미 유발이 관건이에요. 품질을 따지는 일반 내의브랜드와 달리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싶어야 젊은 고객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거든요.”

예스 디스플레이 담당 배지윤씨는 “출입문에 속옷 모양의 손잡이를 만든다거나 남성팬티를 꽃처럼 접어 마분지로 싸놓거나 마네킹 대신 얄팍한 아크릴판을 사람 크기로 잘라 그래픽 이미지로 제품을 전시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윈도 디스플레이가 워낙 자주 바뀌다보니 대리점 주인으로부터 항의도 꽤 들어온다. 보통 디스플레이 개조 가격을 제조업체와 대리점주가 반씩 부담하기 때문.

배씨는 그러나 “젊은 세대는 TV나 잡지, 인터넷 등 접하는 매체가 워낙 많고 그런 만큼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매장의 첫 인상이 단조롭다, 전에 본 거랑 똑 같다 싶으면 바로 외면한다는 것을 설득해가며 작업해야 하는 것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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