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대립이 증폭되고 있는 한나라당에 최근 '여론조사' 문제가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등장했다. 대선주자들간 합의가 여의치 않자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직접 물어 룰을 결정하자는 지도부 제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측은서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조기에 매듭짓자"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한심한 풍경이다. 경선 룰 여론조사가 정확한 민심과 당심을 반영할 수 있느냐는 기술적 문제는 둘째다. 지난달 5일 경선 룰 논의를 위한 경선준비위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최고위원회의까지 개입했는데 이제 와서 여론조사로 정하겠다니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럴 거라면 처음부터 여론조사를 통해 단박에 결정을 하지 무엇 하러 기구를 출범시키고 야단법석을 떨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는 당의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 책임감 실종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도부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결단을 미룬 채 여론조사의 뒤에 숨으려고 하고, 대선주자들은 어느 것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룰인지 계산에만 바쁘다.
여론조사 자체의 구멍도 많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문적이거나 잘 모르는 주제를 조사하면 응답자들은 지지자나 지지정당의 입장을 따라가거나 그것 조차 불확실하면 대부분 안 바꾸는 것을 찍는다"고 지적했다. 과연 대선후보 경선이 7월이 좋을지, 9월이 좋을지 복잡한 셈법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런 치졸한 편법을 걷어치우고, 지도부가 자리를 걸고 결단을 내리든지 대선주자들이 대타협을 하는 게 정권을 가져오겠다는 당의 제대로 된 모습이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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